[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나에게로 가는 길

  • Array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에곤 실레, 자화상, 1912년, 종이에 수채, 46.5×31cm
에곤 실레, 자화상, 1912년, 종이에 수채, 46.5×31cm

《 “전 그 당시 가끔은 자살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어요. 인생의 길을 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힘든 건가요?”

“태어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죠. 새는 알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오려고 애쓰지요. (중략)
싱클레어,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죠. 당신이 충실하기만 한다면 운명은 언젠가 당신이 꿈꾸는 대로 완전하게 당신 것이 될 거예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 》

‘데미안’의 메시지는 청춘의 문장으로 널리 알려진 명구절로 압축된다. ‘새는 힘겹게 투쟁해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자신의 참모습을 알려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기혁명이라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청춘의 초상은 28세로 요절한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의 자화상에서도 나타난다.

실레는 정장 차림에 나비넥타이를 맨 멋쟁이 반항아로 자신을 연출했다. 날카로운 선으로 그려진 그의 얼굴은 청춘의 일기장이다. 거칠지만 나약하고, 용감하지만 비겁하고, 꿈꾸지만 좌절하고, 순수하지만 관능적인 청춘기의 특성을 자화상에서 읽을 수 있다. 언뜻 보면 미완성작으로 느껴진다. 검은색 양복인데도 어깨까지만 색칠되었다. 하지만 왼쪽 소매주름을 자세히 살피면 숨은그림찾기처럼 감춰진 화가의 서명을 발견하게 된다. 색칠하다 만 검은색은 청춘기의 불안과 두려움, 서명은 강한 자기애를 말한다.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는 왜 한 세계를 파괴하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스스로 허물을 벗는 뱀, 씨앗의 껍질을 뚫고 나온 새싹, 고치를 벗고 날아가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서다.

이명옥
#에곤 실레#데미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