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개발업자들의 탐욕 물리치며 상속받은 농장 지켜가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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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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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나 기네스의 ‘문 옆의 악어’

‘문 옆의 악어(The Crocodile by the Door)’를 쓴 셀리나 기네스는 기네스 맥주로 잘 알려진 기네스 가(家)의 후손이다. 셀리나의 가족은 대대로 더블린 외곽에 있는 티브래든 저택과 주변의 120에이커(약 48만6000m²)에 이르는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왔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티브래든에서 할머니및 삼촌 찰스와 함께 생활했던 즐거운 추억을 갖고 있었다.

옥스퍼드대에 진학한 이후 줄곧 학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2004년 어느 날 중병에 걸린 삼촌 찰스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삼촌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그에게 농장을 물려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일랜드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부동산 붐이 일면서 땅들은 모두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농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던 그와 남편에게도 수많은 부동산 개발업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땅을 팔라고 회유하는 부동산업자들의 제의를 모두 물리치고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한다. 농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평범한 학자였던 셀리나와 남편 콜린 앞에는 무수히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는 삼촌이 오랜 기간 병으로 농장을 돌보지 못해 다 쓰러져가는 농장을 복구해야 했고, 유럽연합의 농업 및 환경 정책을 공부해야 했다. 인터넷 같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나이 많고 고지식한 고용인들을 설득하는 지루한 작업도 해야 했다.

부유한 기네스 가문의 후손이 왜 고루한 농사일 따위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기네스 가문의 직계가 아닌 방계에 해당하는 그의 가족에게는 이 거대한 토지 외에 어떠한 재산도 없었다. 이쯤 되면 끊임없는 부동산업자들의 구애에 넘어갈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땅에 애착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편과 끈끈한 애정을, 주위의 농사꾼들과는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악어’란 탐나는 땅을 끊임없이 노리는 부동산개발업자들, ‘문’이란 티브래든 저택을 뜻한다. 그는 결국 탐욕스러운 악어들로부터 땅을 지키는 데 성공했고, 이 작품은 승리의 회고록이다. 지난해 코스타 상 심사위원들은 “젊은 나이에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집을 상속받은 여인의 감동적인 분투기”라며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수상 후보로 추천했다. 2012년 코스타 상 수상작은 이달 29일 발표된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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