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눔 릴레이]<4> 72세 봉사왕 장춘의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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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5년 동안 매일 폐지와 빈병을 주워 모은 돈 121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광주 북구에 기부한 장춘의 씨. 그가 18일 오후에도 어김없이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내놓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07년부터 5년 동안 매일 폐지와 빈병을 주워 모은 돈 121만 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광주 북구에 기부한 장춘의 씨. 그가 18일 오후에도 어김없이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내놓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8일 광주 북구 운암동 어느 고물상.

70대 노인이 동네를 돌며 모은 폐지를 리어카에서 내리고 있었다. 이 노인은 이 동네 살고 있는 장춘의 씨(72). 장 씨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최근 5년간 짬짬이 모은 폐지를 판 수익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장 씨가 봉사에 몰두한 것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경험 때문이다. 전남 고흥에서 어선 4척을 가진 선주였던 그는 1976년 경남 한 조선소에서 어선을 찾아오던 중 배에 기름이 떨어져 표류하다 일본 쓰시마 섬까지 흘러가 현지 어민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당시 고향마을 사람들은 장 씨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장례준비를 했을 정도. 이후 광주로 와 생필품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장 씨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후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장 씨의 통장에는 앞장에 ‘고물’이라고 적혀있다. 2007년 12월부터 매일 동네를 돌며 폐지, 빈병, 고철을 모아 판 흔적이다. 요즘에는 폐지를 주우려는 노인이 많아져 오토바이를 타고 한적한 시골까지 가서 모아오기도 한다.

장 씨는 매일 오전 6시 동네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네 청소를 마치면 교통 봉사활동에 나선다. 1980년부터 32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교통 파수꾼’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교통정리 하면서 빨간색 안전봉을 많이 흔들어 왼팔 인대를 다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두 차례 입원한 적도 있다. 교통정리가 끝나면 폐지 줍기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장 씨가 이렇게 만 5년간 폐지를 모아 기부한 돈은 121만5300원. 그는 “나이 들어 폐지를 모으는 것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기부금이 적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장 씨도 형편이 넉넉지는 않다. 노모(95) 아내(70)와 함께 사는 그는 이미 10년 전에 영업했던 생필품 판매점 문을 닫았다. 지금은 자식들이 보내는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장 씨의 좌우명은 ‘내가 덜 먹고 어려운 사람을 돕자’이다. 15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는 그는 각종 먹을거리는 텃밭에서, 쌀은 임차한 논을 경작해 자급자족하며 자신에게 엄격하다. 그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집에서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거의 먹지 않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요즘 폐지가 kg당 50원으로 폭락해 나흘간 주워도 2000원도 안 될 정도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한 봉사와 기부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기부#고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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