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손 부들부들 떨고 흐느껴 운 흉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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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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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직 동료와 행인 등 4명을 다치게 한 김모 씨(30)가 26일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흉기를 휘둘러 전직 동료와 행인 등 4명을 다치게 한 김모 씨(30)가 26일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자기가 한 짓을 재연하면서 부들부들 떨 정도로 간이 작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회사 밀집지역 골목. 22일 오후 퇴근길 직장인으로 붐비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 직장 동료와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던 김모 씨(30)가 범행을 재연하자 한 시민이 혀를 차며 말했다.

김 씨는 얼굴을 감색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채 범행을 재연했다. 서 있기도 힘든 듯 김 씨는 현장검증 내내 양쪽 어깨를 경찰에 기댄 채 비틀거렸다. 현장검증은 김 씨가 담배를 피우며 전 직장 동료를 기다리던 H신용정보 앞에서 시작됐다. 김 씨는 직장 동료(32)가 흉기에 찔린 뒤 의자를 들고 저항하는 모습을 재연할 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김 씨는 ‘왜 우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울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흉기로 찌르는 모습을 재연할 때마다 손을 부들부들 떨었고 간간이 격한 호흡소리를 내는 등 극도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 씨는 현장검증 동안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행인 두 명을 찌르고 직장 동료들을 기다렸던 장소로 돌아오는 장면까지 재연하면서 현장검증은 오전 10시 24분경 끝났다.

광진구 주부 살해범 서진환이 24일 현장검증 때 태연하고 침착하게 범행을 재연한 것과 26일 김 씨의 태도는 너무도 판이했다. 뼛속부터 범죄 DNA를 지닌 듯 상습적으로 강력범죄를 일삼는 철면피 같은 모습의 ‘범죄꾼’과 달리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묻지마 증오 범죄자’는 외형적으론 유약한 시민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는 그처럼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시민 황모 씨(43)는 “순하게 생겼는데 어쩌다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여의도 칼부림#현장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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