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솁첸코의 미래, 박지성의 미래

동아일보 입력 2012-08-15 03:00수정 2012-08-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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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은퇴 뒤 삶은 어떨까.

이번 런던 올림픽을 지켜보며 20대의 선수들이 10대에게 무너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여자 자유형 400m와 800m 금메달리스트인 23세의 레베카 애들링턴(영국)은 두 종목에서 모두 타이틀을 잃었다. 그는 “16세 때와는 전혀 다른 몸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15세의 미국 소녀 케이티 레데키에게 져 3위를 했고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수영선수에 비해 축구선수의 선수 생명은 긴 편이다. 하지만 축구선수도 힘이 달리게 되고 결국 은퇴의 길로 접어든다.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린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QPR)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투혼을 보였다. 이제 31세인 그의 축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QPR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영웅의 삶을 통해서 보면 나이가 가져오는 필연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캐서린 헵번은 66세를 앞두고 무대에 선 뒤 “망가지는 내 자신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발레시어터의 앤서니 도월은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을 때 감독으로 전향했다고 했다. 그는 “경험상 우리의 뇌는 나이를 먹을수록 가속도를 내지만 우리 몸은 그 반대다”라고 말했다. ‘뇌는 더 밝아지고 몸은 느려진다’는 것은 삶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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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2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솁첸코는 기억에 남을 만한 두 개의 헤딩골을 터뜨렸다. 그 골은 그의 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솁첸코는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111경기에 출전해 48골을 터뜨렸다. 프로에선 648경기에서 321골을 기록했다. 그의 몸은 아직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솁첸코는 36세이다. 이탈리아 AC 밀란과 잉글랜드 첼시를 거쳐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예프에서 뛰고 있는 그는 아직 ‘킬러 본능’이 살아 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증명하듯 축구에선 체력이 중요하다.

솁첸코는 미국 출신 모델 와이프를 두고 있고 돈도 많다. 이탈리아 AC 밀란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1999년 디나모 키예프에서 그를 영입해 러시아의 갑부이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팔았다. 베를루스코니는 솁첸코 아들의 대부이다. 하지만 솁첸코가 힘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팔았다.

2년 전 첼시에서 키예프로 돌아온 솁첸코는 자신의 축구 인생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유로가 끝난 한 달 뒤 솁첸코는 인터넷에 “내 미래는 이제 축구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며 “나는 정치를 할 것이다. 선수 때 나를 밀어줬듯 계속 지지해 달라”고 썼다. 솁첸코는 10월 열리는 총선에서 자신의 인기가 표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정치에서도 성공하고 싶다. 내가 유럽에서 얻은 경험이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성은 어떨까. 은퇴한 뒤 솁첸코처럼 인기를 믿고 국회의원에 도전해야 할까. 한국의 지인들은 “박지성을 좋아한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내게 당부했다. 그 이유는 “정말 좋은 사람이 더러운 판에 가서 망가질 수 있다”는 거였다. 아직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게 있는 박지성이지만 이젠 은퇴 뒤 삶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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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첸코#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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