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천연가스도 탄소세 물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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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에선 지금 천연가스 혁명이 한창이다. 나라의 경제 환경 안보정책 향방을 바꿀 계기가 될 만한 혁명이라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물과 모래 화학물질을 섞어 고압으로 지하에 투입해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키는 ‘수압파쇄’ 공법, 비스듬한 경로로 시추해 가스 저류층과의 접촉면을 넓혀 분출된 가스를 더 많이 회수하는 ‘수평시추’ 기술 등으로 지하 퇴적암층에 갇혀 있던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전력생산의 주 에너지원이 석탄연료에서 천연가스로 전환되고 있다. 조만간 차량과 선박 연료로도 쓰일 것이다. 탄소배출량도 예상보다 빨리 줄고 에너지 안전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에너지 기후전문가 할 하비 씨가 지적하듯이 자연의 축복처럼 보이는 천연가스에 따져봐야 할 매우 중요한 의문점이 있다. 천연가스는 우리가 찾던 미래형 클린에너지일까? 혹시 천연가스로 인해 진정한 미래형 클린에너지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천연가스도 결국 화석연료다. 연소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석탄의 절반 정도라는 장점은 있다. 최근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천연가스가 계속해서 충분히 공급된다면 풍력 태양열 원자력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의 고삐는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인류는 앞으로 수십 년쯤 더 화석연료에 의존하려 들 것이다. 무모한 선택이다.

곳곳에서 지독한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면서 지구는 이미 극심한 기후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천연가스가 황금기를 맞았다고 해서 기후변화도 줄일 수 있는 황금기를 맞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각국 정부에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깨끗하다고 하지만 가스추출 작업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가스정과 파이프에서 연소되지 않은 천연가스가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주성분인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다.

시추 현장 관리도 문제다. 큰 정유회사들은 시추 기술 기준을 쉽게 맞출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영세업자도 많다. 지난달 포브스는 1990년대에 점토퇴적층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에 앞장선 인물인 조지 피디어스 미첼 씨를 인터뷰했다. 미첼 씨는 “안전하게 시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마련돼 있지만 독립 영세업자들이 허술하게 작업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 정부에 맡기지 말고 연방정부의 에너지 부처가 직접 시추업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드 크러프 환경보호기금 대표는 “천연가스가 국가 경제와 안보에 분명 이득이 되지만 환경에는 분명한 해악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출되는 메탄가스를 관리하고 시추 작업 중 발생하는 오수가 지하수를 더럽히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시추를 원하지 않는 지역사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 회사들은 규제가 계속 느슨하게 유지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천연가스를 둘러싼 작은 사고가 쌓여갈수록 사회적 적대감은 커질 것이다.

어째서 지금의 탄소세는 정부 재정적자나 개인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일 만큼 충분히 징수되지 않고 있을까. 탄소세를 충분히 거둬 대체에너지가 천연가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도록 해줄 수는 없을까. 천연가스 혁명이 진정으로 미국을 바꾸려면 이런 의문이 먼저 풀려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천연가스#탄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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