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무균세계는 없다… 깔끔 떨다 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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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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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균 나쁜 균
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지음·김정은 옮김/424쪽·1만8000원·글항아리

“환자가 바라는 대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쉽습니다. 쉽지만 옳은 일은 분명히 아니죠.” 미국가정의협회 회장 짐 킹의 말이다. 항생제는 몸속 수십조 마리의 세균을 파괴한다. 인간의 삶에서 감염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항생제를 통해 부분적으로 승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항생제 사용과 공중위생은 면역에 필요한 좋은 세균도 함께 몰아내고 있다.

포도상구균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도 있지만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는 수백만 마리의 비피더스균과 접촉하며 자연스레 면역력을 키워간다. 저자는 좋은 균과의 공존을 도외시해온 질병 탐구의 역사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문제를 들춰낸다.

아마존에 사는 누칵족은 열대우림을 빠져나오면 몇 주 만에 병이 든다. 마을 사람들과 접촉하면 심각한 전염병을 앓기 마련이다. 문명 세계의 세균에 노출된 적이 적었기 때문이다. 1999년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의 장내 기생충을 박멸했더니 사람들은 곧바로 알레르기가 생겼다. 조사에 따르면 다른 어린이와 함께 자거나 어릴 적부터 애완동물과 접촉한 어린이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낮았다.

의사들이 항생제 처방을 크게 줄여도 여전히 인간의 항생제 내성은 사라지기 힘들다. 동물 사료에까지 항생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항생제 자체의 부작용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항생제 이미페넴이 일으키는 부정기적 발작은 의료계에서는 치료에 따른 ‘당연한’ 부작용으로 여긴다.

2010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벨기에와 함께 항생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식수에는 염소가, 청소용품에는 살균제가 들어 있다. 저자의 요지는 간명하다. 무균의 세상이란 없다. 너무 깔끔해도 탈이다.

실험과 역사적 사례를 풍부하게 들고 있지만 미생물이나 질병 관련 전문 용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좋은 균 나쁜 균#병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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