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급발진 원인조사 팔걷은 정부, 기대보다 우려 앞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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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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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산업부 기자
이진석 산업부 기자
국토해양부가 지난달부터 착수한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 조사에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갑자기 빠른 속도로 뛰쳐나가는 급발진 현상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줄곧 ‘실체가 없는 두려움’이었다. 국토해양부는 민관 합동조사반을 꾸려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급발진의 원인은 아직까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규명한 적이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급발진의 원인은 ‘운전자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 의료계와 과학계가 이뤄낸 세계적인 업적을 떠올리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사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국토부의 이번 조사 방식이 앞서 해외에서의 사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다. 조사반이 2만5000여 개에 달하는 자동차부품 중 일부 전자장치의 분석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조사반이 ‘자동차의 블랙박스’라고 지목한 ‘사고기록장치(EDR)’는 원래 자동차 업체가 에어백의 작동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장치다. 에어백 개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장치인 만큼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사고나 에어백 미장착 차량의 사고 분석에는 무용지물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 EDR를 사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장치만을 살펴봐서는 원인 분석이 어렵다고 본다.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운전자 발 밑에 카메라를 다는 게 빠를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작 결함과 운전자 오작동을 특정 장치의 문제만으로 보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반은 보다 치밀한 원인 규명에 나섬과 동시에 급발진 현상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수립에 힘쓸 필요가 있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지목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을 때 제동력을 우선하는 장치)’ ‘급출발방지장치(BTSI·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만 변속기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장치)’의 장착 및 정상 작동 여부를 조사하고 감시하는 것만으로도 급발진 추정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번 조사가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
#경제카페#급발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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