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젊은층의 車외면, 車업계의 경차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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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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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산업부 기자
이진석 산업부 기자
“이렇게 싸고 좋은 차를 왜 한국에서는 팔지 않나요?”

올 1월 인도 뉴델리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차 ‘이온(EON)’을 시승하다가 만난 현지인은 이렇게 물었다. 그는 이 차의 가격이 최저 27만 루피(약 6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 먼저 놀랐고, 이 차를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만 판다는 점에 또다시 놀랐다.

젊은층이 자동차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일본 내수시장을 반 토막 낸 이 현상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운전면허 취득자 수는 점차 줄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젊은층이 열광하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들의 관심을 돌려놓으려 애쓴다.

▶본보 5일자 B1면 운전이 재미 없어?… 젊은 그대, 잠깨어 오라


젊은층이 운전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취업난과 낙관적이지 못한 경기 전망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젊은층은 최근 수년 새 가격이 크게 오른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싼 정보기술(IT) 기기에 눈을 돌렸다.

차 대신 스마트폰을 택한 이들이 10년 뒤 고급 세단을 구입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득 양극화와 저출산 현상도 뚜렷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2020년 이후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신차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층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싸고 경쟁력 있는 경차의 보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일본의 급격한 내수시장 몰락을 막은 것은 경차였다.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도 점차 경·소형차 보급이 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경차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50여 종에 달하는 국산 시판차종 중 경차는 기아자동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 등 3종에 불과하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는 2002년 이후 내수시장을 위한 경차를 출시한 적이 없다.

자동차업계는 내수시장에서 경차 출시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로 높은 생산비용과 카니발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에 따른 수익성 저하, 고급 지향적인 소비자 성향을 꼽는다. 아직까지 경차를 ‘저소득층이 타는 차’로 보는 일부의 인식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차 비중은 8.9%로 영국(31%), 일본(30.6%)보다 현저히 낮았다.

국산차업체는 줄곧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시장은 무한하지 않다. 국내에서 고급차 구매로 이어질 미래 소비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따지기에 앞서 업체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 10년 후 텅 빈 내수시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봐야 할 때가 됐다.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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