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에프라임 할레비]이란의 아킬레스건,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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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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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라임 할레비 전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국장
에프라임 할레비 전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국장
요즘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요 토론 주제는 이란의 핵무기 야욕을 막기 위해 이란을 공격할 것이냐 마느냐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 사태가 장차 이란에 어떤 전략적 패배를 안겨줄 것인가라는 주제는 비켜가 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몰아낸다면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와 맺고 있는 끈도 끊을 수 있다. 또 이란의 지역적, 국제적 위신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란 정부가 핵개발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이 방법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는) 군사작전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란은 그동안 시리아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시리아 전역에 이란 혁명수비대 기지가 배치돼 있고, 이란제 무기가 제공됐다. 또 군사 고문들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란이 배후 조종하는 헤즈볼라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항거한 국민을 학살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에 대한 자국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서방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를 막아내야 한다. 이란을 시리아에서 몰아내는 것은 이스라엘 안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과정에서 혼자 행동해서는 안 된다. 미국, 러시아, 아랍 국가들이 포함돼야 한다. 이후 아랍연맹이 개입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권력을 넘겨받을 때까지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시리아 내 이란 영향력 차단 시도는 강도 높은 경제제재나 군사행동보다 국제사회의 안보 및 상업거래에 미치는 위험이 덜하다.

대(對)시리아 유엔 결의안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은 알아사드 퇴진이 국가이익에도 부합함을 깨달아야 한다. 이란의 영향력과 간섭이 알아사드에게 버팀목이 되어 그가 계속 버틴다면 이슬람 인구가 많은 러시아 남부지역과 중국 서부도 뒤숭숭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핵 무장된 이란은 러시아 남부 국경을 불안정하게 하는 잠재적인 위협세력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갖고 있는 국가 이익(경제적)은 이란의 이익(종교적·이란의 지도층은 현 시리아의 지도층과 같은 시아파)과 동일하지 않다.

러시아는 시리아 지중해 항구인 타르투스와 라타키아를 계속 사용하기를 원하고, 시리아에 계속 무기를 수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 이런 러시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리비아 때처럼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는다면 알아사드의 몰락을 촉진시킬 것이다.

만약 시리아에서 이란의 지배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알아사드 퇴진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와도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어느 지점이든 타격할 수 있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탑재 미사일을 통제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예방’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알아사드 정권은 자신도 모르게 이란의 위협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시리아 내 이란의 지배력은 손상되지 않은 채 유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이냐 아니면 더 강력한 제재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다. 강력한 제재는 국제유가를 치솟게 만들고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원치 않고 있다. 시리아 사태는 제3의 선택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를 무시할 만큼 호사를 누릴 처지가 아니다.

뉴욕타임스 기고

에프라임 할레비 전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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