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홍콩 출판계 정치서적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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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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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들여다본 중국의 권력지도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올해 홍콩 출판계의 테마는 ‘권력’이다. 중국 공산당은 올가을 제18대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열고 정치국 상무위원을 새로 뽑는다. 상무위원 9명은 중국의 최고지도부다. 국가주석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총리가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그 핵심이지만 나머지 일곱 자리를 누가 꿰차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본토에서는 정치 관련 언급이 암묵적 금기 사항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치를 들여다보려면 홍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홍콩 서점가를 장악하고 있는 정치 서적들이 제시하는 권력 전환기의 관전 포인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권력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거취가 관건이다. 권력을 모두 내려놓을지, 상왕(上王)의 지위로 올라설지를 놓고 예측이 분분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2002년 후 주석에게 권좌를 내준 뒤에도 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2년 더 지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듯 군사위 주석직은 중국 권력의 핵심이다. 후 주석도 이런 선례에 따라 군권(軍權) 이양을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후 주석의 정치역량이 장쩌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그가 명목상의 권력을 모두 내놓은 채 퇴진할 수밖에 없다는 ‘나퇴(裸退)론’도 거론된다. ‘시리 십팔대공략(習李 十八大攻略)’의 저자 가오톈(高天)은 “장쩌민은 15년간 군을 통솔했다. 군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현재의 후진타오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부주석과 리 부총리를 뺀 나머지 상무위원 7명이 누가 될 것인지는 공산당 내 각 계파의 헤게모니 투쟁을 살펴야 알 수 있다. 중국 정계는 고위 간부들의 자제들인 태자당, 장쩌민을 필두로 한 상하이방, 후 주석의 정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분점하고 있다. 시 부주석은 태자당 출신으로 상하이방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리 부총리는 공청단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계파 안배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9명인 상무위원을 아예 11명으로 늘려버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 부주석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홍콩의 정치 전문가들은 갖가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정치권력은 각 계파에 의해 분점돼 있는 데다 시 부주석은 장쩌민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후 주석이 과거 지도자에 비해 입지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청단을 이끌고 있는 ‘현실권력’이다. 이 때문에 시 부주석이 일인자의 지위에 오르더라도 당내 발언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십팔대상위(十八大常委)’의 공동저자 샤한둥(夏寒冬), 청궁시(程恭羲)는 “시진핑이 정치국 위원들을 자기 뜻대로 발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의 정치 서적들은 이처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본토의 권력을 분석한다. 하지만 권력 교체기에 응당 언급해야 할 시대정신의 변화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 없이 들어서는 지도부인 만큼 정작 국민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다. 대신 각 계파가 만들어내는 정치 지형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서적을 처음 접해보면 정치공학서나 ‘현대판 손자병법’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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