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인의 ‘구어메 투어’]<4>프랑스 랭스 ‘르 카페 뒤 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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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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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부린 카페의 멋부리지 않은 맛

‘르 카페 뒤 팔래’는 주인장 가족이 90년간 대를 이어가며 모아온 장식품들로 묘한 분위기였다. 박홍인 씨 제공
‘르 카페 뒤 팔래’는 주인장 가족이 90년간 대를 이어가며 모아온 장식품들로 묘한 분위기였다. 박홍인 씨 제공
프랑스의 ‘가스트로노미’(미식 또는 고급 레스토랑을 의미)가 우아하고 환상적인 한 끼의 식사를 위한 것이라면 작은 동네의 유명한 ‘비스트로’(편안한 작은 식당)나 ‘브라스리’(바를 겸한 대중식당) 혹은 카페에서의 식사는 홈메이드 스타일의 지역 요리를 탐험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만약 프랑스에서 수수한 레스토랑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어느새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게 웃고 떠들며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면 그곳은 분명 꽤 괜찮은 비스트로나 브라스리, 혹은 카페일 것이다.

프랑스 랭스에서 만난 ‘르 카페 뒤 팔레’도 그런 곳이었다. 랭스는 샴페인의 고향인 샹파뉴 지방에서도 대표적인 샴페인 도시이자 ‘샴페인 루트’의 관문이다. 한때 프랑스 국왕의 대관식을 거행했던 대성당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작은 도시 랭스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르 카페 뒤 팔레는 인파가 붐비는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나 대성당 인근의 한적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테라스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랭스의 실질적인 명소이다. 1930년에 문을 연 이래 3대가 가업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르 카페 뒤 팔레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설치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발이 천장에 걸려 있고 벽이란 벽에는 온통 제각각의 액자가 빼곡하다. 그뿐인가. 천장의 조명은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고, 가게 한구석에는 발가벗은 여인의 조각상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천진난만하게 모든 것을 세월에 맡기지 않았다면 이처럼 세상에 하나뿐인 공간은 나오지 않았으리라.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모든 장식품은 90년 동안 가족들이 모아온 컬렉션들이란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큰 접시 요리를 주문하니 커다란 푸아그라(거위 간)나 햄 등이 별다른 조미 없이 감자와 샐러드, 치즈와 곁들여져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푸짐한 양과 멋 부리지 않은 세팅이 한눈에도 소박한 가정식 요리였지만 먹어보니 맛은 일품이었다.

재료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맛이 있구나 하는 것에 새삼 놀랐다. 푸아그라는 직접 만든 것이란다. 푸아그라는 차게 해서 토스트에 발라 먹고 지역에서 생산한 햄을 그대로 썰어내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그 맛은 신선하고 거부감 없이 입에 감기면서 마치 산소를 공급받은 듯 사람을 유쾌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격은 20유로(약 3만 원) 안팎. 코스요리는 36유로(약 5만5000원) 선이다.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바가 입구 쪽으로 전면 배치돼 저녁이면 한잔을 즐기려는 이들로 더욱 북적거렸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미식·여행매거진 바앤다이닝 편집이사 hiro@barndining.com

INFO
르 카페 뒤 팔레(LE CAFE DU PALAIS)

주소 14, Place Myron Herrik, 51100 Reims
문의 +33 (0)3 26 47 52 54 / www.cafedupalai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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