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인의 ‘구어메 투어’]<5>파리의 작은 식당 ‘브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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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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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분위기 속 넘쳐나는 품격

프랑스 파리의 작은 식당 ‘브누아’는 소박한 프랑스 가정식으로 유명하다. 박홍인 씨 제공
프랑스 파리의 작은 식당 ‘브누아’는 소박한 프랑스 가정식으로 유명하다. 박홍인 씨 제공
지난 몇 년 동안 프랑스의 ‘가스트로노미(최고급 미식, 혹은 고급 레스토랑)’는 ‘자연’이나 ‘가족’ 같은 원초적인 가치를 찾으려는 트렌드를 보였다. 다른 이들과 좋은 음식을 나누는 기쁨이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고 식재료 품질도 더 중요하게 생각됐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가족과 식사를 나누는 것이 결국 프랑스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빡빡한 도시 생활과 현대사회 속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을 되찾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지금처럼 복잡한 경제구조 속에서는 쉽게 변하지 않는,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안정된 가치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야말로 불변하는 가치이다.

가스트로노미 중에서도 까다로운 맛과 형식을 갖춘 레스토랑에만 주는 ‘미슐랭 스타(별점)’가 ‘비스트로(편안한 작은 식당)’에 주어지는 현상이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파리의 작은 식당 ‘브누아’는 ‘회귀’ 트렌드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이다.

브누아는 알랭 뒤카스 그룹이 운영하는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토랑이다. 1912년에 브누아 씨가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이어오다가 2005년 4월 프랑스의 거장 셰프인 알랭 뒤카스 그룹에 넘겼다.

브누아 가족은 100년 가까이 아껴오던 레스토랑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무척 고심했다고 한다. 그들은 브누아 스타일, 즉 가족적이고 따뜻한 서비스의 비스트로 요리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인물로 알랭 뒤카스를 최종 선택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브누아가 미슐랭 스타를 받은 비스트로가 되고, 각국의 미식가들이 다녀가며 도쿄와 뉴욕에도 분점을 내는 식당으로 발전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브누아는 편안한 분위기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집과 정성이 또 다른 품격을 느끼게 했다. 타일로 꾸며진 벽과 구릿빛으로 장식된 빨간 벨벳 의자, 인조 대리석 기둥, 저녁이면 낮은 조도의 램프가 은은하게 비추는 입구. 이곳에 들어서면 왠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 묘한 안락감이 든다. 소박하지만 전통과 자존심이 녹아든 요리와 서비스가 더해지면 고객은 전형적인 파리지앵 비스트로의 세계 속에 흠씬 빠져들게 된다.

전채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점심 세트가 약 38유로(약 5만7000원)이고 저녁에는 단품요리가 15∼35유로(약 2만3000∼5만3000원) 정도다. 프렌치 비스트로에서 전채요리로 인기 있는 고기 테린을 브누아 스타일로 풀어낸 ‘미트 파이’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겹겹이 쌓아 바삭하게 구워낸 디저트 ‘밀푀유(크림과 잼을 파이와 함께 쌓아 만든 고급 디저트)’는 꼭 한 번 먹어볼 인기 메뉴다.

미식·여행매거진 바앤다이닝 편집이사 hiro@barndi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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