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지금]日 내복-석유난로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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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로 전력부족 심각… 절전용 월동용품 품귀현상

최근 일본 백화점과 쇼핑센터에서는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의류 매장마다 ‘보온효과를 20% 향상시킨 내복’ ‘발목까지 덮어주는 털옷 바지’ ‘실내용 오리털 파카’가 수북이 쌓여 있는가 하면 배 둘레를 감싸는 복띠까지 등장했다. 예년 같으면 젊은 소비자들이 ‘아줌마 아저씨 패션’이라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상품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또한 1970년대를 끝으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석유난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가을 들어 15일까지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수요 폭증에 품귀현상까지 빚을 정도다. 석유난로에 넣는 등유 가격도 최근 2주 연속 상승했다.

일본 유통업계에 ‘복고 열풍’을 불러온 것은 전력부족 사태다. 올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절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자 ‘절전용 월동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특히 올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돼 어느 해보다 견디기 힘든 겨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의 전력 부족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전 반대 여론이 거세 정기점검을 마친 안전한 원전조차 재가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이 높은 간사이전력과 규슈전력의 경우 지난해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와 대비할 때 올해 공급 능력이 각각 9.5%와 2.2%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8개 전력회사의 공급 여력도 2∼6%대로 결코 넉넉한 편이 아니다. 원전이 재가동되지 않는 한 여름과 겨울을 번갈아가며 절전을 반복하는 게 불가피한 여건이다.

올여름 사상 초유의 전력 제한령을 발동했던 일본 정부는 겨울에는 국민의 자발적인 절전 참여를 호소할 계획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 국민이 보여준 자발적 참여의식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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