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소셜네트워크의 인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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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언론사 입사시험을 보겠다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때였습니다. 첫 면접을 본 곳은 한 경제신문사였습니다. 면접장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1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죠. 당황스러웠습니다. 열심히 인터넷으로 사설과 칼럼까지 읽고 왔는데 정작 지면의 1면 톱은 알지 못했거든요. 포털 사이트로만 뉴스를 봤으니까요.

물론 떨어졌습니다. 이후에는 면접장에 가기 전 꼭 가판대를 뒤져 해당 신문사의 그날 신문을 사서 주의 깊게 읽었습니다. 저만의 얘기는 아닐 겁니다.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보는 건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됐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1, 2년 사이에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어느 순간 더는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지 않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읽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뉴스에 접근하는 통로가 변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때문입니다.

소셜네트워크라는 이 새로운 서비스는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마치 카페와 같아서 수많은 수다가 그 위를 흐릅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얘기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카페에서 수다를 떨 때와 똑같이 다른 누군가는 정치와 경제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개의 수다는 “이 뉴스를 보라”는 추천에서 시작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수많은 뉴스가 유통되는 통로가 된 거죠.

이 새로운 기술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였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 한가하게 포털 사이트를 찾아갈 시간조차 없어진 것까지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읽어야 하는 뉴스’가 계속 늘어나면서 뉴스를 모두 볼 시간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최근 테크크런치라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에 실린 니나 코슬라라는 벤처기업가의 기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의 역설’이란 글이었는데 그는 “소셜네트워크의 사이즈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사회적 능력은 점점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즉 소셜네트워크 속 친구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친구들 개개인에게 신경을 쏟을 시간은 더 적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이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죠.

딱 제 얘기 같았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주고, 유용한 정보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꼭 알고 싶은 친한 사람들의 소식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 묻혀 눈에 덜 띄게 됐습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 기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전에는 여러 사람이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내용은 꼭 읽었지만 소셜네트워크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내용의 절대량이 급증했습니다. 정보가 과도하게 전달돼 읽을 시간이 없게 된 겁니다. 방법은 소셜네트워크의 범위를 다시 줄여 나가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친구’라고 써 있는 관계를 끊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의 인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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