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치어리더 된 ‘38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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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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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미식축구(NFL)의 꽃은 치어리더다. 팔등신 미녀들이 사이드라인에서 멋진 율동으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는다. 치어리더 하면 으레 20대의 풋풋한 여성을 연상한다. 그러나 최근 NFL 구단주들의 직장폐쇄가 끝난 뒤 이번 시즌을 대비한 치어리더를 발탁하면서 오클랜드 레이더스는 ‘할머니’를 뽑아 화제를 모았다.

할머니라고 해서 꼬부랑 할머니는 아니다. 38세의 할머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수시 산체스 씨(사진)로 5.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전 6기 만에 치어리더가 됐다. 20세에 첫아이를 낳은 그는 세 딸의 어머니이며 실제 외손주를 둔 할머니다.

그가 치어리더에 도전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8세 때 무용을 배웠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IBM에 11년 동안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로부터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인생 항로를 바꿨다. 2004년 춤을 다시 시작했고 칼리지에 등록해 무용을 전공했다. 오클랜드 인근 홀리스터에 거주하는 그는 세 차례나 마지막 오디션까지 진출했으나 낙방했다. 결국 이번에 232명이 응시한 가운데 최종 40명 엔트리에 남아 오클랜드 멤버가 됐다. 그는 자신의 응시번호 45번을 부르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역대 치어리더 최고령자는 신시내티 벵골스의 로라 비크매니스로 42세였다. 올해 오클랜드 치어리더 멤버에는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의 딸도 포함돼 있다.

NFL에선 1954년 볼티모어 콜츠(현 인디애나폴리스 콜츠)가 가장 먼저 치어리더 팀을 운영했다. 현재 32개 구단 가운데 26개 팀이 치어리더 팀을 운영하고 있다. 치어리더들에게는 보수가 없다. 홈경기 티켓이 제공되는 정도다. 그러나 치어리더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치어리더는 연기자, 모델의 등용문으로 젊은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치어리더는 선수와의 데이트가 발각될 경우 곧바로 해고된다. 그렇지만 운동장에서 자주 접하는 터라 치어리더와 선수 간의 결혼이 가끔 성사된다. 덴버 브롱코스의 명쿼터백 존 얼웨이의 전 부인도 치어리더 출신이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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