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무리한 인상?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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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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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최근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매서운 칼날이 겨냥하고 있는 품목은 단연 가공식품이다.

지난해 말 가격 인상에 나섰다가 공정위의 담합 조사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한발 물러섰던 식음료 업계가 최근 기존 제품을 고급화한 소위 ‘프리미엄’ ‘리뉴얼’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우회 전략에 공정위는 잇달아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식음료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무리한 가격인상이거나 과도한 부분이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달 4일에도 “인상이 불가피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는 없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농심 롯데제과 LG생활건강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소비자단체들에 1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해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인상이 지나친 것인지 밝혀내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공정위의 가격단속에 우려를 나타낸다. 공정위가 프리미엄 제품을 제재할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 프리미엄 제품에 추가된 재료가 광고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제품 용량이 잘못 표시됐다면 허위광고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용량표시는 대부분의 식음료 업체가 잘 지키고 있어 허위광고의 잣대로 이들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리미엄 제품이 용량을 허위로 표시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것은 1999년 이후 12년간 한 번도 없었다.

결국 공정위가 궁리 끝에 내놓은 대안은 프리미엄 제품이 광고한 만큼 새로운 효능이 있는지 점검하는 ‘효능 분석’이다. 하지만 새로 첨가된 효능은 소비자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첨가된 효능에 따른 가격인상이 적절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과도한 인상’인지, ‘무리한 가격’인지 점검하겠다는 공정위의 발언은 자칫 시장경제가 보장하는 가격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미 2007년 가격결정 과정에서 이익률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넣으려다 ‘반(反)시장적 규제’라는 비판으로 철회한 적이 있다. 공정위의 역할은 공급측면에서 독과점 담합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데 있다.

식품 업체도 서민들의 물가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프리미엄이나 리뉴얼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편법 인상인지는 업체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해당 업계가 오늘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민 소비자들의 제품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업체와 소비자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장기적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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