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회장님 자가용, 직원 웨딩카로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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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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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업무용 차량을 직원들의 웨딩카로 빌려주는 극동건설 ‘K-웨딩카’ 첫 수혜자인 지동섭 대리(오른쪽) 부부. 극동건설 제공
CEO 업무용 차량을 직원들의 웨딩카로 빌려주는 극동건설 ‘K-웨딩카’ 첫 수혜자인 지동섭 대리(오른쪽) 부부. 극동건설 제공
지동섭 극동건설 대리는 9일 전북 남원시에서 열린 결혼식 직후 이 회사 송인회 회장의 업무용 자가용을 타고 신혼여행 출발지인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지 대리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극동건설은 소통 경영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K-웨딩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원들의 결혼식 당일 송 회장과 윤춘호 사장의 업무용 에쿠스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한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사내 예비 신랑, 신부들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9월까지 예약이 찼다고 회사 측은 전합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20일 결혼 4, 5년차 직원 부부 100명을 초대해 함께 대중문화 공연을 감상할 예정입니다. ‘CEO와 함께하는 문화산책’ 프로그램을 주도해온 김 사장은 특히 직원 가족들에 초점을 맞춘 행사를 많이 마련해 눈길을 끕니다. 김 사장은 “해외 근무 기간이 많은 건설업체 특성상 직원 가족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를 많이 준비하려고 한다”며 “재임 기간 중 전 직원과 밥 한 끼는 꼭 먹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허명수 GS건설 사장 역시 직원들과 살을 맞대는 ‘스킨십 리더십’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올 3월 열린 ‘워크&토크(Walk&Talk)’ 행사를 통해 주니어급 직원 100여 명과 함께 올림픽공원을 걸으며 이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최종만 호반건설 사장 역시 점심시간마다 정기적으로 젊은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나섰습니다.

국내 건설사의 사내 문화는 흔히 군대에 비견합니다. 터프한 건설현장의 특성상 상명하복식 문화가 깃들게 됐다는 것이지요. 그런 건설업계에서 지난해부터 CEO가 직접 나서 ‘스킨십 리더십’을 펼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젊은 직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으로 소통에 익숙한 데다 과거에 비해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적어 이직률이 높은 이들에게 친근한 접근방식으로 주인의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지요.

현재 우리의 건설업계를 이끈 선배들은 험한 육두문자를 들으며 ‘내공’을 키웠다고 전합니다. ‘불도저’가 미덕이 되는 사회를 지나 ‘소프트 파워’가 화두가 된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건설 인재가 빚어 나갈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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