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주민투표 나선 吳시장, 시의회 손 잡는 속사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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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때문에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추진 중인 요즘 영화 ‘브레이브 하트’가 생각납니다. 멜 깁슨은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잉글랜드 왕국에 맞서 싸우는 평민 역할이었죠. 하지만 스코틀랜드 귀족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잉글랜드와 몰래 손을 잡았습니다. 결국 배신당한 멜 깁슨이 처형되는 슬픈 줄거리입니다. 시대와 내용은 좀 다르지만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조례에 반대하며 시의회와의 시정협의를 거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1월 10일 주민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가 호응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오 시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음에도 ‘원만한 시정협의’를 위해 시의회에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28일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외에도 양화대교 아치 설치, 한강 예술섬 건설 등 핵심 사업의 예산이 삭감돼 곤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민주당 시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원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분명합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양측의 협상에서 각자 필요한 사업을 포함시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조기에 편성하자는 방안도 논의된다고 합니다. 이런 안은 당초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던 시의회 임시회가 오 시장의 해외 출장(17일) 이전인 13일로 앞당겨져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주민투표 서명운동에 앞장선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주민투표 하자더니 서로 필요한 사업을 주고받기 위해 손을 잡는다면 그게 바로 야합”이라고 비난하더군요. 서울시는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의 시의회 출석과 추경편성은 야합인가요, 아니면 ‘통 큰 정치’인가요.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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