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외국인 투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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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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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이머징 국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이제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많은 글로벌 투자전략가가 최근 2년간 높은 수익을 거둔 이머징 국가에서 이익을 실현한 후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처를 옮기라고 권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의 주식, 채권 투자가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21조5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들어 25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7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시장에서는 작년 12월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이 81조 원에서 74조 원으로 7조 원가량 줄었다. 지난해 매월 평균 1조500억 원가량을 늘려온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수치다.

당연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 약화는 수급 측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국내 자산시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되 섣불리 외국인들의 투자 행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 순환적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개연성이 있지만 구조적인 이머징 국가 투자 확대가 중단될 이유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첫째로 최근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가계의 채무 구조조정과 고용 부진이라는 이중고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의 실적은 더는 팽창적일 수 없는 통화, 재정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재차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까지 정책 효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피어오르다가 1차 양적 완화가 마무리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더블딥 위험이 되살아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럽 문제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작년 말부터 일본과 중국의 남유럽 국가 채권 및 안정기금 발행 채권 매수 약속에 힘입어 안정감을 되찾고 있으나 여전히 남유럽 국가 금리는 재정위기를 타파하기에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또한 유럽연합(EU) 시스템의 근본적 한계, 즉 재정 통합 없는 통화 통합은 역내 경상수지 불균형의 해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재정 균형을 달성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국민의 반발도 거셀 것이다.

셋째, 현재 이머징 국가의 선전은 단순히 환율 경쟁력이나 값싼 노동력으로만 지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높은 평균 교육 수준, 긴 노동시간 등 장기간에 걸쳐 쌓인 암묵적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많은 이머징 국가는 1990년대 말 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해 놓았고 재정적으로 탄탄하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은 이른바 ‘잘나가는’ 이머징 국가에의 신뢰를 버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극단적으로 돈을 써야만 지탱되는 경제와 자금 유입 때문에 인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하는 경제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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