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투명한 세상으로 가는 길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지(未知)-샤오수핑(肖淑萍). 그림 제공 포털아트
미지(未知)-샤오수핑(肖淑萍).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주변에서 폐쇄회로(CC)TV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한 것만 해도 300만 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CCTV 덕분에 해결한 강력사건도 많고 범죄 예방 기능도 있으니 그것이 늘어날수록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CCTV만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합하면 세상 전체가 거대한 카메라 감시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른바 ‘지하철 개똥녀’ ‘패륜녀’ ‘성추행남’ 등등의 동영상이 여과 없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해당 인물은 순식간에 ‘신상 털기’까지 당하게 됩니다.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지구 전체의 거대한 신경망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신인류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정보와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공유합니다. 많은 나라의 일급기밀과 첩보사항을 공개한 위키리크스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정보 독점과 악용을 통해 23년 동안 국민을 기만한 튀니지 부패정권을 붕괴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세상에는 거대한 디지털 감시체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초상권, 정보관리통제권 등 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해일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혁명의 물결은 어느 누구도 가로막기 힘들어 보입니다. 모든 개인이 ‘감시’와 ‘처벌’의 양면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문제 인물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감시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본인도 만인에게 노출돼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말한 판옵티콘(panopticon)이 섬뜩하게 되살아나는 지점입니다. 디지털 문명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것,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으로 또 다른 권력을 창출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한 카메라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파트,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심지어 대중목욕탕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변을 오가는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질주하는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권 밖에는 궤도를 따라 돌며 지구를 찍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인공위성이 있습니다. 무한노출의 시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말하건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자고로 세상에는 숨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늘과 땅만 아는 게 아니라 공기도 알고 햇살도 알고 어둠도 알고 바람도 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집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세상에 대해 숨길 것이 없어질 때 감시기능을 지닌 모든 카메라는 비로소 무용지물이 됩니다. 생명의 근원은 숨길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는 온전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우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