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사회를 열어 9번째 구단에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창원을 연고로 창단을 선언한 엔씨소프트는 9구단으로 승인하지도, 우선 협상자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이사회를 지켜본 KBO 관계자는 “롯데의 반대가 심해 다른 구단도 새 구단 창단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이 밝힌 롯데의 반대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대기업이 아니면 위기를 맞았을 때 현대처럼 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가만, 현대가 야구단을 만들 때 중소기업이었던가?
현재 넥센을 제외한 7개 구단은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재계 서열 1∼5위인 삼성, 현대자동차(KIA), SK, LG, 롯데가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두산과 한화도 서열 12, 13위의 대기업이다.
엔씨소프트의 2009년 매출은 6347억 원, 영업 이익은 2338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154조 원 정도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출이나 이익이 많다고 그게 야구단과 큰 상관이 있을까. 매 시즌 팬들로부터 ‘짠돌이’ 얘기를 듣는 구단이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어차피 연간 150억∼200억 원 정도만 마련하면 구단은 꾸릴 수 있다. 획기적인 마케팅과 관중 동원이 동반되면 그 액수는 훨씬 준다.
엔씨소프트는 재무 상태가 아주 건전한 기업 중 하나다. 직원들의 복지 수준도 대기업 못지않다. 무엇보다 야구에 관심이 큰 김택진 사장이 구단주로서 직접 야구단을 챙길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천재로 통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사업에 성공해 국내에 15명뿐인 ‘보유 주식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그가 열의만 갖고 창단을 선언했을까. 김 사장은 이사회 결정 후에도 “진정성과 열정, 그리고 기존 구단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창단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공허한 수사는 아닌 듯하다.
그날 이사회에서 나온 말 중 하나는 “야구단은 아무나 할 수 없다”였다. 아무리 봐도 엔씨소프트가 ‘아무나’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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