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신 PD의 반상일기]한국 바둑의 세계화 각국 프로制도입 등 한국기원이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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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세계 보급은 1960년대 아마강자 임갑 씨가 파리에 바둑 클럽을 연 이래 숱한 기객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수행했다. 최근에는 젊은 프로기사들이 적극 나서 해외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둑의 세계화를 도맡았던 일본이 점차 쇠퇴하면서 한국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국면이다.

2006년 윤영선 8단의 독일 진출을 필두로 안영길 8단이 영국을 거쳐 호주에 정착했고 김명완 9단도 미국에 3년째 머물고 있다. 올해는 김성래 이영신 고주연 8단이 헝가리에 거점을 차려 단체 보급에 나섰고, 이강욱 8단은 무더운 베트남에서 분투하고 있다. 해외 보급에 일찍 눈뜬 황인성 조석빈 등 아마강자 그룹도 활약이 적지 않다.

이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큰 어려움은 현지화 문제다. 언어의 장벽도 높고 2년 제한의 비자도 곤혹스럽다. 윤영선 8단은 바둑 인연으로 만난 현지인과 결혼해 독일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여름에 잠시 귀국한 윤 8단은 한국 친구들이 생각날 때가 힘들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지만 이내 씩씩한 웃음을 지으며 이제 살 만하다고 했다. 안영길 8단은 호주 진출 2년 만인 올 8월 바둑 특기 전형으로 영주권을 획득해 바둑 아카데미를 차렸다. 바둑이 해외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은 것.

김명완 9단은 실력으로 모든 걸 보여주고 있다. 2008년 미국에 진출하자마자 그해 미국 바둑대회(콩그레스) 우승을 차지하더니 내리 3년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기간 그는 중국 출신 프로들과 현지 강자들을 모조리 격파하며 26연승을 거뒀다.

명성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영미권에서 바둑을 제대로 보급하기 위해서는 강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오래전 최배달이 미국에 진출해 수많은 파이터를 쓰러뜨리며 동양의 무예를 전파했던 것처럼 김 9단도 미국 문화에 맞게 철저히 이기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국 바둑의 매운맛은 두고두고 현지인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현지 적응을 마친 기사들은 최근 새로운 보급 지원책들을 속속 요청하고 있다. 김 9단은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프로제도를 도입하는 데 한국기원이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 같은 곳에 프로제도를 도입해 한국 바둑과 연계한다면 미국 바둑이 들풀처럼 자생력을 갖고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기사 개인의 분투로 현지화도 이뤄냈고 한국 바둑의 실력도 충분히 보여줬다. 여기에 시스템적인 지원을 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해외에 진출한 프로기사는 현재 9명. 제도적인 지원으로 그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게 하는 것이 보급의 궁극점이다. 그것이 일본과 중국이 갖지 못했던 차별화 전략이자 세계 바둑 보급 역사의 지평이 될 수 있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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