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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⑭한일 지식인 좌담/정치·역사

입력 2010-10-22 03:00업데이트 2010-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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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패권주의 유산 청산해야 中패권주의 막는다” “한일관계는 이제 성숙기, 전환기에 이르렀다.”(김영호 유한대 총장) “두 나라가 가진 공통의 가치를 소중히 키워야 한다.”(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15일 오후 일본 도쿄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 공동 주최로 한일지식인좌담회가 열렸다. 좌담은 한국과 일본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지식인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4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일강제병합을 비롯한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청산에서부터 역사인식 격차 해소, 경제산업계 협력구조 형성, 문화 및 민간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펼쳤다.

정리=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일간 ‘진실화해위’ 구성할수도… 日, 국제적 평화창조국 지향하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는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통치였다”면서도 한일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보편적 진실의 추구라는 점에서 분명히 밝혀야 할 일이며 이를 풀기 위해 ‘한일 간 역사적 진실과 화해위원회’ 같은 모임을 구성할 수도 있다. 요즘 일본에서 목표 없는 나라가 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는데, ‘국제적 평화창조국(Peace Making Nation)의 형성’이라는 보편적 장기적 목표를 세운다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지층과 같다. 과거의 지층 위에 오늘의 기초가 이뤄졌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건전한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양국 사회조건-외교관계 닮은꼴… 공동목표 가꿔가는게 차세대 의무






일본과 한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체제와 인권, 자유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중화학에서 정밀공업으로 발전해온 산업구조나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조건, 미국과 동맹관계이며 중국의 이웃나라라는 점 역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은 장래가 닮아있는 쌍둥이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군사대국보다는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문화국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고 산업구조 면에서도 최첨단 산업에 기반한 무역입국을 목표로 한다. 쌍둥이 국가로서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나가며 공통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역사문제의 해결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北·日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통일… 한일 상호협력 없이는 불가능


한국 병합은 일본이 무력으로 강제한 것으로, 특히 중-일 전쟁이나 태평양전쟁에 조선 사람들까지 나서도록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광복 뒤 한국은 분단과 내전을 겪었으나 일본은 냉전을 배경으로 피 흘리지 않고 경제대국의 길을 걸었다. 한일관계는 1990년대 들어 점점 자연스러운 관계로 발전해왔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일본과 한국은 천안함 사태, 센카쿠 열도를 놓고 벌어진 중-일 갈등, 북한 3대 세습 등 새로운 성숙관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식민지 시대의 완전한 청산을 해 북-일 관계정상화도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한국 역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
센카쿠분쟁-천안함 등 지역 불안정… 과거사 관련 日의회 결의 바람직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경쟁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 최근 센카쿠 열도를 놓고 벌어진 일본-중국 간 충돌,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중국의 대처 등은 여전히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국제관계를 재확인해 주었다.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는 진일보한 것이나 전후 일본정치를 주도한 자민당의 적극적 참여가 빠져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담화를 넘어선 일본 국회 결의가 바람직했다. 과거사 역사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 학자들의 공동연구와 그 결과를 양국 국민이 공유하도록 안내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냉전 이후 한일은 각각 두 차례의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이를 가능케 한 시민의식의 진화는 21세기 밝은 한일관계의 원동력이다.

▼ 쟁점 토론 ▼

▽김영호=오늘날 한일관계는 성숙기, 전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한일지식인 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역사인식의 문제로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김용덕=간 총리의 발언이 한 걸음 진전된 것이라는 데 대해선 한국도 인정한다. 그러나 간 총리가 담화에서 조약의 불법성, 무효성까지 명시적으로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코노기=지나친 법률논쟁은 오히려 논의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병합조약의 유·무효가 일본의 조선 지배가 침략이었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 또 강제로 맺은 조약은 모두 불법이라는 논리라면 미일화친조약이나 아편전쟁 뒤의 난징조약도 불법일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국제법 체계 자체가 상당히 왜곡돼 있었다는 논의부터 해야 한다.

▽와카미야=현재 일본 국민의 상당수가 총리의 사과 발언을 지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큰 발전이다. 만약 처음부터 무효나 불법이라고 명시한다면 일본 내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

▽정구종=이번엔 반출 문화재 반환 약속을 했다. 이를 이행하는 것이나 일제강점기에 피해를 본 이들, 특히 강제징용자나 일본군 위안부에게 보상하는 것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김용덕=난징조약이나 미일화친조약은 최소한 국제법의 기본 요건을 갖췄다. 한일강제병합은 황제의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하는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오코노기=법률적 논의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행동은 침략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므로 굳이 법률 논쟁을 중심에 놓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다.

▽와카미야=한국에서도 군사정권의 공과나 북한에 대한 견해를 두고 국론이 엇갈린다. 일본 역시 국론이 하나 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1965년 당시의 낮았던 역사인식 수준이 현재까지 끌어올려진 것을 보면 그 에너지가 분명 있다. 이젠 이 에너지를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한영혜=2000년대에는 한일 민간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반 시민이 삶 속에서 아시아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역사인식 관련 문제와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김영호=간 총리의 담화는 반보 전진한 것이었다. 침략이지만 조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빈조약 이전의 사고방식이다.

▽와카미야=올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중국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중국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다. 동아시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치관을 공유한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연계,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덕=오코노기 교수의 쌍둥이론은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중국을 건설적으로 포용해 나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오코노기=한일이 공유하는 부분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등의 보편적인 가치들이다. 중국이 민주화를 통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길 바란다.

▽와카미야=중국이 이 지역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 일본이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손을 잡고 나가지 않으면 한국이나 일본 각각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든 점이 있다.

▽김용덕=남한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면 북한 문제와 대중교역 문제가 연계되어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한다.

▽김영호=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아시아의 중국화가 아니라 중국의 아시아화, 중국의 패권주의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시민사회화를 끌어내야 한다. 또 시민적 아시아(Civil Asia)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 패권주의의 유산을 깨끗이 청산해 역사적 화해를 이루는 작업을 한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 참석자 약력 ▼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서울대 사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사 박사(일본근대사 전공).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역사학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2006∼2009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2006년 일본 국제교류기금상 수상

▽김영호 유한대 총장=경북대 경제학부 졸업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경북대 경제학부 교수, 인문사회과학연구원장, 경북대 경상대학장 역임. 일본 도쿄대 초빙교수, 중국 베이징대 겸직교수 지냄. 2000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직. 2007년∼현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다산경제학상 수상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국제대학원 교수=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 1991년 일본 쓰쿠바대 박사(사회학 전공).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부교수로 재직. 현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사회학회 국제이사, 한국사회사학회 부회장, 동아시아사회학회 이사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사회부장, 도쿄지사장, 편집국장, 이사 및 출판편집인, 동아닷컴 사장 역임. 게이오대 박사 과정 수료(정치학 전공). 현재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한일포럼 대표간사, 한일미래포럼 대표, 일본선거학회 및 정치학회 정회원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대 교수=게이오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북한 정치와 국제정치 전문가.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장(학장), 현대한국조선학회 회장 지냄. 현재 게이오대 교수 및 현대한국연구센터장, 한일신세대포럼 일본 측 좌장. ‘조선전쟁’ ‘한국 시민의식의 동태’ ‘위기의 조선반도’ 등 저서 출간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아사히신문 정치부장 및 논설주간 역임. 도쿄대, 게이오기주쿠대 객원교수 지냄. 1982년 한국에 어학연수. 민간 수준의 정책협의를 위한 일한포럼 멤버로 활동. ‘전후보수의 아시아관’ ‘오른손에 기미가요 왼손에 헌법, 표류하는 일본정치’ 등 저서 출간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재직. 미국 예일대 대학원 국제경제개발프로그램 석사, 와세다대 대학원 연구과정 수료(박사·경제학 전공), 한국산업연구원, 미국 컬럼비아대, 고려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기무라 노리코(木村典子)=1991년 극단 기바나(木花) 입단, 1997년 연세대 한국어학당 유학 이후 공연 매니저, 무대예술 코디네이터, 문화예술 기고가로 활동. 일본 국제교류기금,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 일본 조난예술센터 등의 잡지에 기고. 현재 일한문화교류회 일본 측 위원,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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