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LG전자, 적당한 변화냐 ‘다 바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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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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具부회장 입성후 긴장-설렘… 인사말로 “반드시 일등합시다”

요즘 LG전자의 분위기를 두 마디로 요약하면 ‘긴장과 설렘’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오너 최고경영자(CEO)인 구본준 부회장을 맞아 바짝 긴장하면서도 기대는 무척 크다는 설명입니다. 전사적으로 통용될 새 인사말을 ‘반드시 일등 합시다!’로 정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묻어나옵니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이미 눈에 익은 듯합니다.

2003년 10월 김쌍수 현 한전 사장이 LG전자 CEO가 된 이후 김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현장 중심의 혁신 경영에 열광했었죠. 이듬해인 2004년 LG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매각한 이후로는 가장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모두들 김 사장의 ‘6시그마’와 창원공장의 스파르타식 교육프로그램인 ‘LG혁신학교’ 덕분이라고들 했습니다.

남용 전 부회장이 CEO가 된 첫해인 2007년에도 LG전자는 당시 기준으로는 가장 좋은 매출을 올렸습니다. 2008년과 2009년 계속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낭비 제거를 생활화했고 외부 및 외국인 인재 영입과 영어 공용화로 LG전자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김 사장이 물러난 2006년 LG전자의 영업이익은 김 사장이 부임한 이듬해의 반 토막으로 줄었습니다. 남 부회장이 물러난 올해 3분기(7∼9월), LG전자는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CEO가 새로 오면 어느 기업이나 CEO만 쳐다봅니다. 모두들 CEO가 강조하는 부분에 매달리죠. LG전자는 이런 면에는 매우 유연한 조직으로 보입니다. 발 빠르게 CEO의 의중대로 움직여 주니까요.

반면 어느 조직이나 변화에 저항하는 힘도 있습니다. ‘혁신 피로’라는 용어도 있죠. LG전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문화를 가지고 있어 이 힘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LG전자 관계자는 “늘 새로운 CEO에 적응하는 듯하다가 마지막에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CEO가 물러난 것 같다”며 “LG전자 조직은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잘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화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인지 LG전자는 오너를 수장으로 앉히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하지만 구본준식 개혁이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LG전자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왔습니다. 4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됩니다. 긴 터널 속에 있는 LG전자를 구원하는 것은 CEO가 아니라 LG전자 임직원들 자신입니다.

김선우 산업부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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