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양덕원 이야기

동아일보 입력 2010-06-08 03:00수정 2010-06-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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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와 일 사이에 낀 우리들의 자화상

연기 ★★★★ 연출 ★★★
[Q] 2만∼2만5000원. 7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차이무극장. 02-747-1010
이 시대 가족의 애환을 그린 연극 ‘양덕원 이야기’. 홀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어머니(박명신)가 시골 상갓집 전등을 밝힌 채 뒤늦게 서울서 출발한 자녀들을 기다리며 한숨 짓고있다. 사진 제공 극단 차이무
3시간 뒤면 돌아가신다던 아버지가 3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급기야 석 달이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서울서 생활하는 2남 1녀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려고 강원도 홍천 양덕원의 시골집을 며칠간 지키다가 장기전 체제에 들어간다. 의식 없는 아버지의 병세가 위험하다는 어머니의 연락을 들으면 부리나케 쫓아오기를 몇 차례. 처음엔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던 자녀들은 비상상황이 일상화한 현실에 더 힘겨워한다.

극단 차이무가 전용극장을 연 뒤 두 번째 작품으로 올린 연극 ‘양덕원 이야기’(민복기 작·박원상 연출)는 효 중심의 전통윤리와 일 중심의 현대윤리 사이에 낀 이 시대 가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한다. 자식들 뒷바라지로 많은 것을 희생한 부모에 대한 죄책감, 일터를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현실의 냉엄함, 자신을 닮았기에 자기 몫의 죄책감까지 투사할 수밖에 없는 형제자매에 대한 애증….

아버지의 죽음이 조금이라도 늦춰지기를 간구하다가 내심 하루빨리 장례 치르기를 바라는 자녀들의 희비극적 상황은 이런 복합심리의 교차점이다. 서울과 강원도 휴양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양덕원이란 낯선 공간을 무대화한 효과도 여기서 발휘된다. 배우들은 마당의 평상에 앉아 담배를 물고, 라면을 먹고, 소주를 마시며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들’을 연기한다.

그렇게 연극은 이 시대 가족의 거울이 된다. 효자이고 싶지만 효자가 될 수 없는 이 시대 자녀의 모습을 때로는 담담한 수채화로, 때로는 해학적 풍속화로 담아낸다. 관객은 그 속에서 바로 자신들 가족의 모습을 관조할 수 있는 미학적 거리를 확보한다. 그것이야말로 극중 아버지의 죽음이 자꾸 유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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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이런 미학적 거리를 끝까지 유지 못 한 점이다.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 자식들 중 그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이 끝났다면 여운이 더 길었을 텐데, 남매의 화해 장면을 위해 아버지 49재까지 집어넣은 게 사족으로 느껴졌다.

이성민 최덕문 오용 박명신 등 영상매체로 익숙한 배우들과 김학선 조승연 신혜경 송재룡 이중옥 씨 등 대학로 연기파 배우들이 번갈아 출연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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