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인턴 5주 동안… “회사와 연애하며 궁합 맞춰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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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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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대한항공
사진 제공 대한항공
《“인턴은 회사와의 연애죠. 그 기간을 즐겨야지 평가에 연연하거나 잘 보이려고만 하면 더 큰 걸 놓칠 수도 있어요. 인턴기간은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지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7년 연속 10위 안에 든 대한항공의 인기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다. 그 높은 관문을 뚫고 1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혜진 씨(24·여·사진). 그는 대한항공 해외인턴 1기 출신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7, 8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대한항공 중국지역본부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대졸신입사원 공채에 도전했고 현재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여객서비스 지점 탑승수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 인턴으로 취업뚫기 대한항공 조혜진 씨

먼저 회사 분위기 익히고
맡은 일 하며 전문성 키워
‘멘터’ 구해 조언-용기 얻어


○ 인턴기간은 회사와 연애하는 시간


조 씨는 “인턴으로 활동한 5주는 회사에 대한 애정을 키운 시간”이라며 “인턴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자 아쉬움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인턴기간을 거치면서 ‘꼭 대한항공에 입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 인턴 때 항공사와 항공산업에 대한 지식을 키운 덕에 자신감도 얻었다. 그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인턴을 해야 한다”고 적극 추천할 정도로 인턴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모든 인턴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방학 동안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온 친구 중에는 ‘일이 재미없다’거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입사를 위해 인턴기간 내내 평가에 신경 쓰느라 오히려 부담감만 갖고 일한 친구도 있었다.

조 씨는 “한 친구는 인턴을 한 뒤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그 회사에 입사했다”며 “연애하면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헤어져야지 취업에 조금 유리하다고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회사에 입사하면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턴은 일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회사가 맞는지를 알아보는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 인턴, 대학에서 경험할 수 없는 전문성을 키우는 시간

2009년 6월.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씨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대한항공 해외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인턴에 지원했다. 당시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막연히 ‘여행을 좋아하니 항공사가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항공사에서 인턴을 모집하기에 덜컥 원서를 냈다.

하지만 막상 인턴을 시작하니 걱정이 앞섰다. 항공사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그는 인턴 초기 항공사의 시스템과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기본적인 업무와 해외 지역본부 위치 등을 익히며 공부했다.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자 자신감이 붙었다. 업무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화물과 여객 분야에서 각각 2주 동안 일하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전문적 분야까지 접할 기회가 생겼다.

여객업무는 단순히 손님을 맞는 것이 아니었다. 시기별 예약률과 취소율 등을 고려해 날짜별, 노선별로 예약 받을 좌석을 미리 배분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좀 더 저렴한 좌석을 제공했다. 그는 “여객업무가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여행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읽었던 책에서는 접하지 못한 생생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화물업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맡은 일은 중국에 있는 공장을 업종별로 분류하고 각 공장이 항공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 그는 “입사 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중국에서의 운송수요 창출 방안’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며 “인턴경험을 바탕으로 다들 어려워하는 화물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턴을 통해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전문성을 키운 셈이다.

○ ‘멘터’를 만들어라

하지만 인턴을 했다고 입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채를 준비해야 했다. 이때 조 씨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인턴기간 멘터였던 진소현 중국지역본부 여객팀 차장. 진 차장은 취업을 준비하며 힘들어하는 조 씨에게 중국에서 e메일이나 메신저로 연락해 “취업이 급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인턴으로 활동할 때 네 모습 정도라면 합격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인턴기간 배운 내용을 정리해 두라는 조언도 받았다. 조 씨는 “최종면접을 앞두고 많이 떨렸지만 차장님이 용기를 줬다”며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이 인턴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입사 뒤에도 여전히 진 차장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제는 회사 생활에 대해 상담을 할 정도다.

짧지만 진한 연애를 통해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씨는 “앞으로 여러 부서를 거친 뒤 여객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좀 더 싼 가격으로 항공편을 이용해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채용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신입사원 같은 마음으로 열정 보여야

인턴으로 활동하는 학생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입사원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인턴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인턴기간 내내 항상 밝은 표정으로 예의를 갖춰 행동했다. 언제나 맡은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부서 팀장이 “이 학생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을 인재개발실로 전할 정도였다. 회사는 팀장의 말을 적극 반영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비록 방학 기간에 한 달 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장점과 역량을 최대한 보여준다면 좋은 평가는 물론 입사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나쁜 예-인턴은 이력서 쓰기 위한 수단이 아냐

최근 대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턴을 취업을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학생도 있다. 인턴 참가자들 가운데에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인턴기간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시간으로 삼아야지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을 넣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력서에 한 줄 채워 넣을 목적으로 성의 없고 형식적인 태도로 인턴 기간을 보낸다면 소중한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인성-외국어-면접 선발 中-日등 해외업무도 수행

대한항공은 2007년부터 산학협력 차원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월 중 모집 공고를 내고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준하는 과정을 거쳐 인턴 참가학생을 선발한다. 인턴 참가자들은 인성 및 직무능력 검사와 외국어 구술 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선발된다.

활동 기간은 여름방학 중 한 달 정도이며 인턴 참가자들은 본사나 주요 현장 부서에 배치된다. 선발된 인턴들은 각 부문의 현안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현업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09년부터는 일본과 중국 등 해외지역에서의 인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운영 대상 및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가학생들은 인턴과정이 끝날 무렵 수행한 프로젝트 결과와 근무 태도, 업무 수행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턴에게는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별도 심사를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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