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불가리아 라면왕’ 된 샐러리맨 창업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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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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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의 한 식품매장에서 한국인 사업가 박종태 씨가 만든 라면 ‘Mr. Park’ 시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상상예찬
불가리아의 한 식품매장에서 한국인 사업가 박종태 씨가 만든 라면 ‘Mr. Park’ 시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상상예찬

도브레 미스터 팍 / 박종태 지음 / 248쪽·1만3000원·상상예찬


공무원과 공기업이 요즘 최고 인기 직장이 됐다. 너도나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게 유행이다. 민간 기업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몰라 왠지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회사에 들어가서도 다른 직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할 확률이 예전보다 낮아지기도 했지만 과감한 도전 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언젠가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일을 배우려고 샐러리맨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만의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그렇다고 흔히 사업 아이템을 비롯해 법인 등기 같은 창업 절차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일러주는 창업 안내 책자는 아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성공을 거둔 재벌급 기업인의 얘기는 많다. 그런 기업인들의 얘기는 마치 삼국지를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지만 일반 샐러리맨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처럼 들려 현실감이 떨어질 때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을 때마다 왜 우리나라 기업인들 가운데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이 척박한 탓인지 대부분 죽을 고생과 고비를 넘은 기업인들이 많다. 이래서야 요즘 젊은이들이 기업을 하려고 할까. 그래서 부모가 물려주는 제조업을 마다하고 식당 같은 서비스업을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샐러리맨이 해외에서 사업을 일군 경험담이다. 그것도 중국이나 베트남 미얀마 같은 아시아 지역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불가리아에서 사업에 도전한 이야기다. 금주의 비즈니스 책자 중에 좋은 책이 많았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읽기 쉽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현실감이 있어서다.

서울에서 태어나 무역학을 전공한 뒤 무역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던가. 1990년 첫 출장지가 불가리아였다. 당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개방의 몸살을 앓고 있던 불가리아는 심각한 물자난을 겪고 있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불가리아로 간 저자는 식료품이 부족한 불가리아에서 라면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불가리아의 한국인 사업가 1호가 된 것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과감한 결단을 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 포기할 뻔했던 고비를 넘을 수 있게 한 힘은 어디서 왔을까. 저자는 마침내 불가리아에서 라면왕으로 성공해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불가리아 대통령이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경제인 자격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아직도 불가리아처럼 도전할 만한 곳은 지구상에 적지 않다. 저자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에 가서 고생하면서 이룬 성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한국이 중국에서 조공 받으려면 ▼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 전병서 지음 / 408쪽·1만8000원·밸류앤북스



대우증권,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을 지낸 저자는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늘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이름을 날린 금융 전문가다. 일찍이 중국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현재 푸단대와 베이징사범대 박사 과정에 재학하며 금융과 중국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책 제목은 저자의 눈에 비친 중국의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이다. 저자는 서구 국가의 경제발전 패턴을 바탕으로 중국을 바라본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미국 등 1500년 이후 세계경제를 주도한 나라들은 모두 ‘제조대국’으로 일어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다음 ‘금융대국’이 되면서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1978년부터 경제개혁을 해온 중국 역시 이 같은 노선을 따라 30년 만에 제조대국에 올랐고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서구 국가들이 휘청거리는 동안 중국은 ‘세계의 은행’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다. 2조4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중국의 최대 무기다.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매입한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이 금융대국에 올라서면 한국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 한국의 첨단기술을 탐내는 중국이 한국 기술자를 스카우트하던 시대가 끝난다. 중국은 자본시장에서 당당하게 우리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뒤 우리의 기술을 가져가게 된다.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키우려고 작심한다면 국부펀드 일부를 수십 개의 헤지펀드로 분산해서 삼성전자의 주식을 인수하면 된다.

저자는 ‘조공’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화두로 현실을 보라고 조언한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투자라는 이름으로 한국 기업들을 지배하고, 한국 기업들은 이자와 배당이라는 ‘21세기식 조공’을 중국에 바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저자는 이를 막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중국의 제조업에 투자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먼저 이자와 배당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국시장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자는 “주식이든, 펀드든 부동산이든 중국에 돈을 묻어둘 필요가 있으며 젊은 인재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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