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리치먼드 美 실베라도 농업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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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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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와인 만든 포도 ‘강한 아들’처럼 키워

이희상 회장 소유 포도밭 재배
로버트 파커 격찬한 와인생산
“美서 한국형 경작 관심 높아”

지난달 27일 미국 ‘실베라도 농업회사’의 피트 리치먼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로 만든 ‘온다도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난달 27일 미국 ‘실베라도 농업회사’의 피트 리치먼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로 만든 ‘온다도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난해 말 와인업계에는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있었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씨가 2007년 빈티지에 대해 100점 만점을 준 18개 와인 중 한국인이 와이너리 주인인 ‘다나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 로터스 비니어드 2007’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파 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소유주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이 회장은 2005년 이곳을 인수한 후 매달 1주일 이상씩 머물며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와인이 ‘파커 100점’을 얻은 비결이 무엇일까.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를 가꾸는 포도밭 전문 관리회사인 미국 ‘실베라도 농업회사’의 피트 리치먼드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만났다.

“포도가 좋아야 좋은 와인이 됩니다. 와인이 병에 담긴 날을 기준으로 와인에도 사주풀이를 하는 이 회장의 동양철학적 경영이 포도 작황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리치먼드 대표는 동양적 정서가 깃든 세계적 와인을 만들려고 하는 이 회장의 소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치먼드 대표가 포도를 수확하면, 프랑스 출신의 유명 양조가 필리프 멜카 씨가 와인을 만든다. 이 와이너리 관리의 총책임자는 내파 밸리에 사는 이 회장의 사위인 전재만 씨(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다. 운산그룹 내 수입차 판매회사인 FMK에 다니는 이 회장의 아들 건훈 씨도 포도 수확시기에 이곳에 가서 일손을 돕는다.

리치먼드 대표는 “포도가 목마르다고 바로 물주고, 배고프다고 해서 양분을 주면 포도가 게을러진다”며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군대에 보내는 것처럼, 가장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포도를 극한 상황에서 재배한다”고 ‘파커 100점’의 비결을 귀띔했다.

다나 와인은 연간 생산량이 2800병밖에 안 되는 전형적인 컬트 와인(희소한 고품질 와인)으로, 병당 가격이 275달러(약 30만 원)에 이른다. 혹시 파커 씨가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 와인을 만드는 건 아니냐고 묻자 그는 “각 맛이 조화를 이루는 ‘과유불급형 와인’, 타닌이 충분하되 섬세한 ‘외유내강형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정성들여 기를 뿐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나 와인은 한정된 수량 때문에 국내로는 수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 ‘온다도로’와 ‘바소’ 와인은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온다도로 와인 라벨의 동그라미는 윤회사상, 바소 라벨의 달 항아리는 비울수록 가득 찬다는 한민족의 정서를 담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유명 주역가를 찾아가 온다도로 2005년 빈티지의 사주를 풀어 와인의 스토리텔링도 만들었다. 2007년 8월 8일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에 병에 담긴 이 와인의 성별은 남자. 거목의 운을 타고난 이 와인은 재력과 재능에 여복(女福)도 있다는 설명이다.

리치먼드 대표는 “파커 100점을 받은 후부터 신비로운 동양사상을 담은 ‘한국형 포도 경작’을 배우겠다는 내파 밸리의 이웃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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