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부동산發자산디플레 가능성 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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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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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필자는 이 칼럼에서 엔화 약세와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을 지적한 바 있다. 높은 수출 비중 아래서 엔화의 약세는 시간에 걸쳐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이고 많은 가계 대출 하에서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소비 둔화를 통해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엔화 약세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방이라도 95엔을 뚫고 넘어설 것 같던 엔-달러 환율은 여전히 94엔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고 엔화 약세에 따라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은 좀 다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완연한 침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상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가장 뚜렷한 증거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서울과 강남 재건축아파트 시장으로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황 때는 강남 재건축으로부터 지방으로, 불황 때는 그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관찰됐다는 점에서 현재 부동산시장을 불황 또는 침체로 규정하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제 국내 부동산시장은 일부 연구소에서 주장하듯 끝없는 가격 하락 국면에 들어간 것일까. 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급격히 진행돼 우리 경제가 조만간 ‘자산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가. 그런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첫째, 지금 나타나는 부동산시장 침체는 정상화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사실 2008년 이후에 진행된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2004∼2007년 시장 과열을 통해 빚을 얻어 집을 살 사람들이 대부분 집을 샀고 가격이나 대출 측면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결국 거품이 꺼지고 난 이후 형성되는 가격은 이전 고점 아래에서 형성돼야 타당한데 서울에서는 가격이 전 고점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러한 상승이 오히려 이상 현상일 뿐 지금의 하락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둘째, 부동산 가격 급락은 보통 급격한 가계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가계가 현재의 재무 상태를 이어갈 만한 소득이 있다면 부동산 가격도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대출 가계의 소득 건전성이 사전에 점검된 상태다. 또 최근의 경기 확장으로 가계의 소득증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줄고 주택 공급량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꾸준하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장기적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 인구가 늘고 있고 민간부문 주택 공급물량도 2008∼2009년 시장 침체로 예년보다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4·23 미분양 대책처럼 정부는 아직 부동산시장을 뒷받침할 만한 규제완화책들을 가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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