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교수평가 결과 전면 공개한 이현청 상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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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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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회와 대학 깨울 회초리 될것”

업적평가에 취업실적 연계한 ‘평생교수제’ 준비
국내 첫 유엔학과등 융복합전공 수요 맞춰 신설

대학 최초로 소속 전임교수 전원에 대한 업적평가 자료를 공개한 상명대 이현청 총장. 이 총장은 “대학이 수요자이자 최대 고객인 학생과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식을 제공하려면 교수 사회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대학 최초로 소속 전임교수 전원에 대한 업적평가 자료를 공개한 상명대 이현청 총장. 이 총장은 “대학이 수요자이자 최대 고객인 학생과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식을 제공하려면 교수 사회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상명대가 전임교수 293명 전원의 업적평가 결과를 최근 인터넷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해 대학가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도 교수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교육, 연구, 봉사 등 전 부문에 걸친 교수의 업적평가 결과를 점수와 순위까지 매겨 학생들도 볼 수 있게 공개한 것은 상명대가 처음이다. 각종 개혁정책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상명대의 중심에는 이현청 총장(61)이 있다.

이 총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고등교육연구소장을 5년, 사무총장을 8년이나 맡아 전국 대학의 총장은 물론 속사정까지 훤히 꿰고 있어 ‘대학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4일 인터뷰 내내 “교수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이자 동반자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적평가 결과 전면공개라는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교수들이 스스로 변하려 들지 않으면 대학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적평가 결과를 공개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학 밖의 상황과 비교하면 교수사회는 경쟁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지요. 교수의 경쟁력은 곧 우리 대학과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입니다. 업적평가 결과 공개를 통해 교수사회에 좋은 의미의 자극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교수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평가 결과를 본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평가 결과 공개가 자칫 ‘낙인’을 찍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해 들었습니다. 안 좋은 평가 결과 때문에 상처를 받는 교수들이 있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상명대의 경쟁력이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실(失)보다는 득(得)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평가 결과를 연봉 책정이나 인센티브에 반영합니까.

“내년 1학기부터 바로 반영할 겁니다. 평가 결과를 학교가 제공하는 여러 혜택의 수혜 자격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평가 결과가 좋은 분에게는 교내 연구비를 더 지원하는 등 교수들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들 겁니다. 반대로 평가가 좋지 않는 분들에게는 효과적인 교수법 연수 기회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주는 등 평가 결과를 개선할 기회도 제공할 것입니다.”

―지도학생의 취업실적도 교수평가와 연계한다는데….

“다음 학기부터 ‘평생교수제’ 시행을 검토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매년 자기 지도교수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지도교수는 ‘멘터’처럼 학생들의 수강 신청부터 진로와 취업지도까지 대학생활 전 과정을 책임있게 관리하게 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지도학생의 취업현황도 교수평가 항목에 연계할 계획입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줄 교수를 직접 고를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수요자 중심의 대학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은 최고의 고객입니다. 학생은 사회에 나갔을 때 꼭 필요한 지식을 대학에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경직된 교과과정과 분권화된 대학사회의 폐쇄성 때문에 이런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상명대는 교내 연구소 30여 개를 평가해 5개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지원기준을 깐깐하게 만들었지요. 전공강의와 중복되는 교양강좌 50여 개를 폐지하고 졸업생 취업률이나 입학생 대비 재학생 비율이 낮은 학과들의 정원을 줄이는 등 학과 구조조정을 벌여 마련한 재원으로 융복합 관련 학과에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에너지그리드학과 그린생명과학과 저작권학과 등이 대표적이지요. 내년 수시모집에서는 전국에서 최초로 ‘유엔학과’도 만들려 합니다. 다양한 전공을 융복합시켜 국제전문가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상명대는 각종 산업체와 협정을 맺고 관련 학과를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현장과 실무 중심 교육을 위해서다.

“학생뿐 아니라 산업체도 대학의 궁극적인 고객입니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때(just in time)에 길러 내보내는 ‘적시성 교육’을 해야 합니다. 최근 CJ인터넷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감성공학과’를 신설하기로 했고, 한국시설안전공단과도 ‘시설안전학과’의 신설을 추진 중입니다. 일종의 ‘계약학과’ 개념인데 비용의 절반가량은 기업에서 부담합니다.”

―취임 이후 학교의 군살 빼기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성과는 있나요.

“대학이 쓰는 전기나 물을 아껴 나온 돈으로 ‘그린 스칼러십’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외부 초빙강사에 대한 수당지급 기준도 명확하게 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서 장학금 지급률을 2.5%가량 높였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3학기째인데 교수도 53명이나 충원했습니다. 대학의 미래를 위해 적립금도 충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등록금을 동결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성취라고 자부합니다. 많은 기부금을 받는 덩치 큰 대학들이 시도하기 힘든 일입니다.”

―대학평가에서 평가기준을 놓고 대학 간에 논란이 많습니다. 어떻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큰 대학이나 작은 대학이나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대학 규모 등 개별 대학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해야 경쟁력을 갖춘 특성화가 가능합니다. 어떻게 잘 뽑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가르쳤는지, 즉 대학이 학생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높였는지를 보는 평가가 돼야 합니다. 교육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요. 인터넷 등으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요즘 시대에 개방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이 스스로 적극 개방해야 경쟁력도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그래야 그 대학만의 ‘블루오션’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이현청 총장:


―1975년 한양대 교육학과 졸업

―1983년 미국 남일리노이대 철학박사(평생교육학)

―1984∼1991년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1998∼2005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2004∼2006년 OECD 고등교육 집행이사

―2006∼2008년 호남대 총장

―2007∼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저서 ‘21세기와 함께하는 대학’(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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