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제2 두바이 쇼크’ 다른 곳에서도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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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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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버블 붕괴의 여진이 여전히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되던 두바이 개발의 주역,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했다. 그 여파로 달러화 가치가 올랐고 글로벌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다르지 않다. 빚을 내 개발에 나섰지만 분양이 안돼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집값이 내려 갚을 수 없게 된 미국 상황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두바이는 석유로 돈을 많이 벌어 놓은 지역도 아니었다. 이 역시 저축률이 낮아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미국 가계와 상황이 비슷하다.

따라서 사태의 여파 역시 비슷할 것이다. 두바이월드에 대출을 해줬던 금융기관들은 어떤 식으로든 손실을 인식하고 자본 확충과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위축 역시 불가피하다. 올해 초 문제가 됐다가 잠잠해진 일부 동유럽 국가의 신용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이 때문이다. 두바이월드에 돈을 많이 빌려 준 서유럽 은행들이 동유럽에서 돈을 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이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금융시장에 지속적이고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규모가 작다. 성격상 조금 다르긴 하지만, 두바이월드의 총부채는 600억 달러 수준으로 리먼브러더스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이미 경험해 봤던 일이기 때문에 채권 금융기관이나 정부의 대응이 빠르고 효율적일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2000년대 중반 버블 형성 시기에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부채를 늘려 무리하게 확장한 사례가 많았음이 확인됐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숨겨져 있다 뿐이지 문제가 있는 지역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두바이 사태 이후 시장의 단기 반응을 보면 2, 3분기에 걸쳐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위험이 다시 불거졌을 때 충격도 클 것임을 시사한다.

금융버블 붕괴 이후 민간부문의 경제성장이 장기간 위축되는 경향을 띠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과 반복적 충격 때문이다. 우리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외환위기 1년 반 후 대우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신용카드 버블 이전까지 성장이 정체됐다. 카드 버블 역시 이 여파에 잘못 대응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두바이 사태는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당국이나 투자자 모두 이러한 위험이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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