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어느 특급호텔 일본식당의 ‘규모 축소 굴욕’ 5년 이후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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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은 2004년 9월 당시 장사가 잘 안 되던 이 호텔 직영 일본 식당 ‘아리아께’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국 영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을 했죠. 좌석은 기존 142석에서 93석으로 49석 없애고, 업소 면적도 519m²(157평)에서 343m²(104평)로 줄였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올해 상반기(1∼6월) 아리아께의 평당 매출은 5년 전에 비해 66.6% 증가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①수익 없는 공간을 없애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라=아리아께는 몸집을 줄이면서 ‘겸손한 자세로 모든 걸 되돌아보자’고 했답니다. 가장 먼저 ‘왜 수익이 나지 않는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객 트렌드 조사부터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면적만 많이 차지하고 별 인기를 끌지 못하던 데판야키(철판구이) 코너는 없애고, 히노키(편백나무)를 활용한 대형 스시 카운터를 설치했죠. 스시를 별도의 공간에서 맛보는 스시 별실을 개발한 건 대성공이었습니다. 특급 호텔 고객 중엔 프라이버시 보장을 원하는 사람이 아주 많으니까요.

②‘현지화’를 버리고 ‘본토의 맛’에 충실하라=5년 전까지만 해도 아리아께는 대개의 다른 일식당처럼 갓 잡은 활어를 밥알 덩어리 위에 올린 스시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활어 스시보다 숙성 스시를 즐긴다고 합니다. 자연산 활어를 24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질감이 훨씬 부드러워지죠. 이태영 아리아께 조리팀 차장은 “외국 여행 경험이 많은 아리아께 고객들조차 이 숙성 스시 맛에 익숙해지기까지는 2년여가 걸렸다”며 “흔들리지 않고 본토의 맛에 충실했더니, 결국엔 고객들이 인정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참치와 홋카이도산 우니(성게알) 등 식재료는 일본에서 공수하고 있습니다.

③시그니처 아이템(필살기)을 다각도로 개발하라=아리아께는 스시뿐 아니라 사시미, 장어, 튀김요리, 사케 등의 수준을 두루 높였습니다. 심지어 이곳의 일본 된장국도 미식가들에게선 ‘최고 수준’으로 통합니다. 디저트 맛을 높이기 위해 다음 달엔 일본 화과자 전문점 ‘토라야’와 손잡고 500년 전통의 양갱과 모나카를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특급 호텔 식당이란 후광에도 불구하고 고전하던 아리아께가 5년 만에 우뚝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부단한 노력은 성공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특급 호텔들이 우리 한식당에 이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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