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50·끝>광문각 박정태 대표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나비나라 훨훨… 과학이 보여요”

곤충 일대기 눈으로 확인

북카페 들러 호기심 해결

꼬마흰점팔랑나비, 굴뚝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도시처녀나비, 산네발나비 등등. 나비는 고운 자태만큼이나 이름 또한 곱디곱다.

산과 들에 콘크리트가 자리 잡으면서 그 공간을 차지하던 꽃이 사라졌고 나비도 점점 갈 곳을 잃어 요즘은 좀처럼 만나기도 힘들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출판단지 내 나비나라 박물관에는 2000여 점의 나비류가 표본으로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팔랑거리는 실물 나비를 볼 수 있다.

과학과 전문 기술 분야의 서적을 펴내는 광문각 대표이기도 한 박정태(53) 관장이 어린이들이 과학을 가장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4월 설립했다.

나비나라 박물관은 4층인 광문각 출판사 건물 중 2층과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으로 쓰기 위해 2층에는 아예 창문을 만들지 않았다.

2층 표본전시관에는 국내외의 140여 종 2000여 점의 나비와 이외의 곤충 40여 종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나비의 상당수는 평생 나비 수집과 연구에 몰두해 온 전 남강고 교사 김용식 씨가 기증한 표본이다.

나비 종류마다 암수 한 쌍씩 전시해 크기나 색 등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했다. 나방 10종류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나방과 나비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박물관에는 이영아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전문적인 지식으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멸종위기 1급으로 한라산에만 서식한다는 산굴뚝나비와 각종 장식으로 사용되던 비단벌레 표본이 특히 눈길을 끈다.

대벌레와 나뭇잎벌레처럼 무섭고 커다랗게 생긴 곤충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알에서 애벌레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의 곤충 일대기를 동화 이야기로 꾸며 장면마다 실물 곤충과 소품을 이용해 15개 과정으로 만든 코너가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3층 생태 체험관에서는 알에서 깨어나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만날 수 있다. 나비 외에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성충이 되는 모습도 쉽게 살펴보고 만져 볼 수 있도록 서식 공간이 꾸며져 있다.

1층의 북 카페에는 나비와 관련된 어린이 동화책이나 나비백과사전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박 관장은 “어린이들이 과학과 가장 쉽게 친해지는 매개체가 나비라고 생각했다”고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나비의 이름이 왜 독특한지,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어떤 서식환경을 좋아하는지 등을 배우면 저절로 과학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문기술과 과학 분야의 서적 출간에 매진해 온 박 관장은 어릴 적부터 환경의 소중함을 몸소 익혀야 갈수록 악화하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다.

1991년 출판사를 시작해 별로 ‘돈 안되는’ 분야의 책만 고집해 온 그는 “그래도 망하지 않고 계속 책을 만들 수 있으니 다행 아니냐”며 웃었다.

전기, 전자, 식품, 미용 등 수요는 적지만 꼭 필요한 분야를 고집해 온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 책의 날에는 국무총리상을 받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출판사와 나비가 어우러진 이 박물관은 파주 출판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유명 출판사가 대부분 입주해 있으며 책 전시 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어 편하게 들러 책 구경하기 좋다.

출판단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심학산은 높지 않아 어린이들과 함께 오르기 쉽고 한강변에 위치해 전망이 좋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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