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조니 뎁 ‘스위니 토드’ 갈채와 실망 사이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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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를 거느린 할리우드 황금콤비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손잡은 6번째 작품인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17일 개봉). 억울한 옥살이로 아내와 딸을 잃은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복수를 그렸다. 원작은 브로드웨이의 거장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동명의 뮤지컬. 지난해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뮤지컬로 선보여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에는 위층 이발사가 면도칼로 손님의 목을 그어 죽이고 아래층 파이가게 여주인은 그 시체로 인육 파이를 만드는 장면 등 섬뜩한 대목도 많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팬에게, 팀 버튼과 조니 뎁 팬에게, 그리고 스릴러 장르 팬에게 이 작품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노랫말 영상으로 생생히… ‘키스 미’등 명곡 빠져 아쉬워

○ 뮤지컬 팬이라면

좋았어=영상을 통해 뮤지컬의 무대적 한계를 극복한 연출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파이가게 여주인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이 스위니 토드와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바닷가에서’를 부르는 대목이 대표적. 뮤지컬에서는 여주인공의 솔로 곡으로만 나왔지만 영화에서는 파스텔 톤의 해변으로 화면이 바뀌며 노래 가사가 그대로 영상으로 펼쳐지는 등 상상과 현실을 넘나든다.

원작자 손드하임이 영화를 위해 직접 편곡한 노래를 듣는 것도 즐겁다. 뮤지컬에서 오프닝 곡이었던 군중 합창 ‘더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는 영화에선 합창 대신 웅장한 연주곡으로 선보인다.

아쉬워=영화는 주인공 스위니 토드에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캐릭터는 과감히 떨어냈다. 스위니 토드의 딸 조애나와 그녀의 연인 앤서니, 그리고 결말의 열쇠를 쥔 거지 여인의 비중은 뮤지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앤서니와 조애나의 아름다운 이중창 ‘키스해 줘(Kiss Me)’가 빠지는 등 뮤지컬에 나오는 26곡 중 영화에는 22곡만 나온다.

조니 뎁, 완전 가수네 가수… 팀 버튼만의 색깔은 글쎄

○ 팀 버튼·조니 뎁의 팬이라면

좋았어=“노래는 이번 한 번뿐.” 조니 뎁은 ‘스위니 토드’ 개봉 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노래 실력. 손드하임의 노래는 특유의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난해한 곡이 많아 뮤지컬 배우도 힘들어한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조니 뎁은 뮤지컬 원곡이 가진 어두우면서도 슬픈 느낌을 제대로 살린 수준급 노래 실력을 보여 줬다”고 평했다. 특히 스위니 토드가 딸에 대한 그리움을 한껏 담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면서 면도칼로 고객의 목을 베는 대목은 그의 연기력과 노래 솜씨가 잘 어우러진 대표적 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흑백 영화에 가까운 모노톤을 기본 색조로 하면서 붉은 피 등 부분적으로 선명한 컬러를 사용하는 등 기괴하고 뒤틀린 이야기를 풀어 가는 감독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아쉬워=유명한 원작에 충실하다 보니, 팀 버튼의 전작들보다 작품 자체의 긴장감은 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원작의 이야기들을 이어 붙여 나열한 느낌이 들어 전작보다 팀 버튼만의 색깔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습고 서정적인 잔혹극… 피범벅 슬래셔 기대 금물

○ 스릴러 팬이라면

좋았어=“최근 몇 년간 쏟아진 할리우드의 하드 고어 스릴러는 영화 내내 계속해서 찌르고 죽이는 잔혹한 장면을 연출할 뿐이지만 ‘스위니 토드’에 나오는 연쇄 살인은 동기와 과정이 충분히 설명돼 ‘납득할 만한 잔혹’으로 받아들여지는 고전풍 스릴러”(영화평론가 박유희 씨)다. 여기에 감독 특유의 비트는 유머도 곁들여져 ‘잔혹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우스운’ 독특한 스릴러를 맛볼 수 있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이 거리의 행인을 보며 사람들의 직업별로 파이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노래하는 장면이 그 예.

아쉬워=면도칼에 베인 목에서 피가 솟구치고 시체로 인육 파이를 만드는 장면은 잔혹 스릴러 팬이라면 호기심이 발동할 만한 소재다. 이 영화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잔인한 장면이 많다. 하지만 전기톱까지 동원해 화면을 온통 피범벅으로 만드는 최근의 강도 높은 슬래셔를 좋아한다면 ‘잔혹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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