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중국의 국제윤리 ‘공존’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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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란 인간 행동과 사회질서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이념이다. 윤리전통이란 민족 또는 문명이 다른 것과 구별되도록 특징짓는 문화전통이다.

거의 모든 민족과 문명은 근본적인 윤리 신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천리인륜(天理人倫)’사상이나 서방의 자연법사상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다른 민족 또는 문명의 윤리 준칙이나 도덕의 판단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동일한 민족이나 문명에도 동시대에 서로 다른 윤리 신념이 존재한다. 이런 윤리 신념이 대대로 전승되는 것을 우리는 민족윤리 전통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국제윤리로 전통적인 유가사상을 갖고 있다. ‘화하지교(華夏之敎)’나 ‘예교(禮敎)’, ‘왕도(王道)’가 그것이다. 이는 중세 유럽을 휩쓴 ‘기독교 윤리’와 비슷하다.

중국에는 동시에 진(秦)나라 법가사상과 같은 극단적인 권세정치 윤리가 있다. 이는 서양의 마키아벨리사상이나 당대의 현실주의 윤리와 흡사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뒤 30년간 중국의 대외 행동을 지배한 것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창한 중국 공산당 국제윤리관이었다. 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중국 현대 민족주의에서 유래한다. 이 윤리관은 혁명과 보편적인 해방사상을 주창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국제정치관의 변화에 따라 중국의 국제윤리관도 변화를 겪었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강대국과 약소국, 서로 다른 민족 사이의 관계에 관한 중국의 윤리다.

중국의 국제관계 윤리는 중국 전통 윤리와 마오 시대의 중국 공산당 윤리, 현 중국 정부의 윤리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중국 고대사상에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윤리 핵심 사상은 ‘인자(仁慈)’다. 즉, 강대국은 약소국에 인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왕국’인 중국은 자애로울 땐 자애롭고 엄할 땐 엄한 방식으로 ‘야만적인 주변 국가’를 대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마오 시대의 중국 공산당 기조는 강렬한 정의 및 민족해방 쟁취의 신념이다. 이는 약육강식은 물론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식의 ‘인자’함도 거부한다. 국가는 강대국과 약소국을 불문하고 평등하며 강국은 약소국의 내정을 간섭할 권리가 없다. 강권정치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으며 국제분쟁의 유일한 해결 방식은 평등한 협상이다.

이게 바로 현재 중국 정부가 주장하거나 찬성하는 국제정치의 근본 규범이요, 당대 중국 국제윤리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마오 시대와 달리 오늘날 중국의 국제윤리는 급진적 색채가 많이 사라졌다. 원칙은 예전과 같지만 기질은 많이 변했다. 중국은 구체적인 국제문제에서 도덕 원칙을 관철하는 데 신축성이 커졌다. 도덕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절실함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은 더는 이상(理想)을 위해 현실 이익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단, 이를 중국 외교 또는 중국 국제윤리의 성숙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국가 간 평등과 국제 간섭의 반대는 여전히 중국이 가장 신봉하는 국제윤리다. 이는 이익이나 중국인 내심 깊은 곳의 도덕에 비춰 봐도 그렇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약소국과 상호 공존하고 약소국을 계속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또 이런 윤리 신념을 계속 국제윤리의 준칙으로 삼아 ‘조화로운 아시아’와 ‘조화세계’를 추구해야 한다. 이것만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중국의 국제윤리 전통이기 때문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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