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중국인의 세계 오독(誤讀)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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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가 ‘중국인은 왜 세계를 오독(誤讀)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오독의 사례로 5가지를 들었다. 이란은 미국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며, 한국인은 애국심 때문에 일본 제품을 사지 않고, 인도는 중국보다 훨씬 낙후돼 있으며, 러시아는 미국에 계속 대항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중국에 매우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이런 편견은 천박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또 이 신문은 오독의 원인으로 극단적인 민족정서와 서방 매체의 영향에 따른 편파적인 시각, 단편적인 현상을 전체인 양 보도하는 중국 매체의 과도한 일반화, 소망을 현실로 착각하는 중국인의 심리 등 4가지를 지적했다. 모두 중국인을 성찰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세계는 복잡하지만 인간의 인지능력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세상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역사와 문화가 다른 외부 국가와 민족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세계를 오독하는 현상이 보편적인 것도, 오독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인은 때로 세계를 잘못 읽는다. 세계 역시 때로 중국을 오독한다. 한국인 역시 종종 그런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이런 오독 현상이 유행해 민족정서로 굳어져 있다면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판단 착오를 일으켜 큰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빠르게 굴기(굴起·우뚝 일어섬) 중이다. 위대한 앞날을 생각하며 많은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중국은 외부 세계를 오독할 ‘사치스러운 공간’이 많지 않다.

오독을 줄이는 방법은 먼저 오독을 일으키는 주관적 요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다. 우리가 언제 심각한 오독을 하게 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오독을 막는 출발점이다. 이는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면서도 유효하게 외부 세계에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인은 어떤 국제 시각을 가져야 하나. 이는 중국이 현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 중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중국인의 국제 안목은 여전히 장기적인 건설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2가지다. 하나는 외부 역량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주변 국가의 태도를 포함해 세계정치를 향해 취하는 기본 태도를 포함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인 자신이다. 국제 시각 역시 중국인이 스스로 결정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외부 세계와 국제 문제의 복잡성을 명심하고 선입견과 민족주의 정서에 따른 비틀림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판단이나 흑백논리로 일관하는 정치 판단, 다짜고짜 형세부터 가리고 보는 것, 도덕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모두 타당하지 않다. 특히 대중 매체가 전달하는 판단이나 정서를 대할 때 더욱 세밀한 통찰력과 주의가 필요하다.

또 사회 변화와 경제 성장이 촉진하는 ‘대중민족주의’의 성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반(半)관영 또는 민영 매체들이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유력한 여론 형성자가 되고 있다.

이를 추동하는 힘은 상업 이윤과 대중민족주의다. 대중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중국의 대외정책은 ‘민중의 의기(義氣)’라는 새로운 자원을 얻게 됐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복잡하고 곤란한 정책의 결정 및 집행이 더욱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이런 대중민족주의의 이중적 속성으로 인해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는 셈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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