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칼 토머스]“힐러리, 당신은 클린턴이 아니오”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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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꾸기’로 말하자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따라갈 사람은 없다. 하지도 않은 말이나 하지도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믿게 만드는 능력을 설득력이라고 한다면 그는 타고난 사람이다. 그가 만약 선거를 위해 표를 파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미국 최고의 자동차 판매원이 됐을 것이다. 그는 마이애미 주에 사는 사람에게 설상차(雪上車)를 팔 수도 있는 사람이다.

부인인 힐러리 상원의원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의원은 자신이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여성이며 깊은 확신과 참신한 비전을 갖춘 데다 어려울 때 나라를 이끌었던 경험까지 갖춘 사람임을 믿어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아이오와 주에서 힐러리 의원은 그가 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지(나는 왜 그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지 않는지) 그 이유를 보여 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그는 교묘하게 청중을 속였다. 거대 언론은 여성이 미국 정치에서 이룩하고 있는 역사적 성취에 매달려 그의 ‘말 바꾸기’를 무시해 왔다. 그러나 유튜브와 다른 인터넷 사이트 때문에 그는 과거의 발언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됐다.

힐러리 의원의 설명은 이랬다. “난 당시 우리가 동맹국을 얻지 못한다면 전쟁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와 다른 의원들이 부여한 권한을 잘못 사용한 것이다. 난 지금 깊이 후회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2003년 3월 7월 반전 조직 코드 핑크(Code Pink) 주최 연설에서는 말이 달랐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누군가가 위험이 놓인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나는 그런 방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이 자진해서 무기를 처분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무기 처분에 진지한 태도를 보였더라면 훨씬 더 오래 통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세밀히 검토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끝에 이라크전쟁 결의안에 찬성했다.”

그는 또 “미국은 때로 홀로 외로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라크전쟁을 보스니아 및 코소보 사태와 비교했다. “나의 남편은 코소보의 알바니아인을 인종청소의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얻지 못했지만 가서 그 일을 해냈다.”

힐러리 의원은 2002년 10월 10일 상원 연설에서는 “사담 후세인을 내버려 둔다면 생화학전을 전개할 능력을 키우고 나아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중동의 정치 안보 지형은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며 “그런데도 유엔은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나는 전쟁에 처했을 때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지위에서 미국을 이끄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그토록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여성이 결국 왜 속고 만 것으로 판명됐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속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됐을 때 도대체 무엇을 똑바로 볼 수 있단 말인가.

힐러리 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다르다. 힐러리 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전 자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당신을 존경하고 있을 겁니다(I’ll respect you in the morning)’ 같은 뻔한 정치적 수사로 상황을 빠져나갈 인물이 못 된다.

칼 토머스 트리뷴 미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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