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자동차이야기]알아서 가는 차 나오면…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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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행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불안정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운전자입니다. 정비 불량이나 자동차의 결함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운전자의 부주의 탓입니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들은 1980년대부터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자동차가 이를 만회할 수 있도록 첨단 전자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대표적인 장치가 미끄럼방지 브레이크(ABS)이고 에어백과 차체자세 제어장치, 주차보조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애물과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충돌방지장치와 뒤에서 차가 추돌하려 하면 머리 받침대가 튀어나와서 목 부상을 방지하는 장치도 개발됐습니다.

이 같은 장치들은 사람이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자동차가 인간의 오감(五感)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죠.

충돌방지장치는 차 앞에 달린 레이더로 전방의 물체를 감시합니다. 사람의 눈과 같은 기능이죠.

차체자세 제어장치는 차가 옆으로 미끄러질 때 이를 회복하는 시스템인데 여기에는 다양한 센서가 관여합니다. 차체의 흔들림을 감시하는 요(Yaw) 센서와 바퀴의 회전을 체크하는 휠스피드센서, 운전대가 얼마나 돌아갔는지 감지하는 스티어링앵글센서 등이 들어갑니다. 이 역시 사람에게 평형감각을 주는 세반고리관, 촉감을 느끼도록 하는 피부와 같은 기능입니다.

이 밖에도 엔진의 공기흡입량을 계량하는 에어플로센서, 배기가스를 계측하는 람다센서, 온도감지센서 등 자동차에는 수십 종류의 감각기관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자장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고장도 많아지는 단점이 생기기는 하지만 사고율을 크게 낮춰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학자들은 50년 후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운전시스템이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도시형 자동차들처럼 사람의 오감 대신 센서들이 완벽하게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운전대를 ‘시스템’에 빼앗기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그 시대가 과연 행복할지는 지금의 가치판단 기준으로는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희망적인 소식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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