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민동필]미래 한국 밝힐 ‘은하도시’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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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우리나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도시이고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은 도시이다. 문화유적이 많고 도시 자체의 특징이 호기심과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다양한 문화활동이 열리는 곳이다.

과학적 유산이나 특징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과학도시’는 어디일까?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학문화적인 경험을 위해 갈 만한 도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과학자는 어디라고 할까? 연구하기 좋은 곳을 손꼽지 않을까? 과학자 스스로 과학이 문화적인 호기심의 대상과는 멀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본은 1960년대에 과학교육도시를 계획하고 10년 걸려 도시 하나를 만들었다. 문화 인프라는 도쿄에 의존하고 과학과 교육 기능을 강조하기로 했다. 교통문제도 신경을 써서 나리타공항과 도쿄와 삼각 꼭짓점을 이루는 이바라키 현에 세웠다. 바로 쓰쿠바이다.

과학 분야에서는 쓰쿠바대가 일본 굴지의 학교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인근에는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있으며 주위로 기업연구소가 포진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만드는 지식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 도시를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도시는 대개 이런 분위기다. 대학이나 연구소로 채워진 기능성 도시다. 깨끗하지만 삭막하고 주민은 똑똑하지만 도시는 무미건조하다. 왜 그래야 하나? 과학이 발전하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노벨상을 타고 대박이 터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이 이래도 되는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보듯이 과학자란 자기 일에만 미쳐서 헝클어진 머리에, 주위 환경은 거들떠보지 않는 부류로 취급된다. 과학자가 선호하는 곳과 일반인이 좋아하는 곳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견우직녀의 운명이란 말인가?

국내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은하도시’는 과학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동체로 과학자에게 고품위 삶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보고 싶고 살고 싶은 과학문화도시이다. 21세기에는 과학이 누구에게도 멀리 있어서는 안 된다. 매일 매일이 과학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예술가 엔지니어 철학자 학생 일반인 모두 과학을 숨쉬며 살게 된다.

세계적인 기업, 학교, 공원, 공연장, 학술회의장 등 이제까지 첨단과학연구와 멀리 떨어졌던 삶의 공간이 뭉쳐야 지식의 융합이 일어나고 새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다. 정보는 광속으로 흐르지만 서로 접촉하면서 흘러야 더욱 정확하고 생명력이 있다. 문화를 만드는 데는 대화와 접촉이 속도보다 더 중요한 법이다. 새로운 것과의 조우가 먼저 이루어지는 주변으로부터 혁신이 시작되는 것처럼.

은하도시의 사명은 다양한 지식의 생성과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서로 다른 분야의 결집과 융합을 조장하는 일이다. 다원적인 문화가 꽃을 피우며, 자유롭고 융합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곳이다. 교육환경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조정되고 다양한 연구가 최상의 환경에서 이뤄지며 연구결과는 곧 기업으로 전달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이고 사업가와 예술가가 과학자와 함께 창의력을 경쟁하는 곳을 꿈꾼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와 예술가가 찾고 싶은 도시, 예술가의 작품이 과학자의 영감을 자극하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도시,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끼리 나누는 대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도시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예술, 기술, 과학이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교류하는 도시는 한국문화가 숨쉬며 성장할 것이다. 한국이 지식선진국으로 뛰어오를 발판을 만들 때이다.

민동필 서울대 교수·물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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