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문화에서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여성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자명하다. 남자답지 않은 남자라기보다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이른바 ‘꽃미남’의 시대인 것이다. 이들은 여성용품인 생리대를 광고하는 등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남성성을 창조하고 있다.
조지 모스의 ‘남자의 이미지’는 현대사회의 규범이 된 남성의 전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국가가 성역할을 규범화하는 젠더화 작업이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살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남성성이 기원에서부터 확고부동하고 단일하고 안정적인 것 등 사회 가치의 준거점으로 간주돼 왔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남성 전형의 구축은 남자다움에 대한 현대적인 인식의 등장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남성 전형을 만드는 과정에는 배제와 포섭의 원리가 개입하고 있다. 그러한 원리에 들어맞지 않는 자들은 배제되면서 적이 된다.
남성성은 여성이나 인종의 차별을 통해 강화되면서 끊임없이 ‘우리’와 ‘그들’을 분할하고 ‘적’을 발명하면서 유지돼 왔다. 이 책은 남성성의 이러한 측면이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적의 존재는 사회에 중심과 응집력을 부여”했기에 “현대 사회 또한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적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성스러운 모성이나 순종하는 여성 등의 이미지는 남성성에 대립되는 게 아니라 그 부산물이다.
조지 모스는 이 외에도 저서 ‘내셔널리즘과 섹슈얼리티’(1985년) ‘파시스트 혁명’(1999년)을 통해 파시즘과 민족주의, 섹슈얼리티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유대인인 그가 경험했던 민족주의와 파시즘은 전체주의적 경향을 내포하는 근대적 산물이다. 예를 들어 나치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는 좀 더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를 위해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강조한다. 이러한 집합적 개념인 전체주의, 파시즘, 민족주의는 남성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조지 모스가 남성성의 형성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가 이상적인 남성의 육체와 그에 부여되는 특징을 광범위하게 살펴보려는 이유는 신체 구조와 아름다움이 점점 더 중요성을 지니게 된 시각 위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가적 상징뿐만 아니라 골상학 인류학 같은 과학에서 고전미의 기준에 맞춰 남성을 분류하는 사례들, 그리고 미술 및 문학작품을 통해 드러난 인간 육체의 상징을 분석하고 있다. 남자다움은 기존 질서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속성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민주 서강대 국문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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