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0운동합시다]<3>“체육수업? 대학가야죠”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코멘트
“영재 교육에서도 체육은 필수.” 인하대에 재학 중인 ‘과학 영재’ 송유근 군(오른쪽)이 주 3일 특별 체육수업을 받으며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하대
“영재 교육에서도 체육은 필수.” 인하대에 재학 중인 ‘과학 영재’ 송유근 군(오른쪽)이 주 3일 특별 체육수업을 받으며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하대
초등학교 3학년 나이에 대학을 다니는 ‘과학 영재’ 송유근(9·인하대 자연과학계열 1학년) 군은 요즘 운동에 푹 빠졌다. ‘지덕체(智德體)’가 조화된 영재 육성을 위해 주 3일 배정된 특별 체육수업을 송 군은 “너무 재미있다”며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인하대 김병준(체육과) 교수의 ‘일대일 맞춤형 수업’을 받고 있는 송 군은 축구는 물론 농구 사격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개운해진다”는 게 송 군의 말. 송 군의 어머니 박옥선(47) 씨는 “체육수업을 받으며 유근이의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하루 12시간 넘게 책에만 매달리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활기가 넘친다”며 활짝 웃었다.

○ 초등 1,2학년 별도 체육시간 없어

하지만 송 군은 그나마 행복한 케이스. 같은 또래의 초등학생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은 ‘입시 교과’에 밀려 체육수업은 물론 신체활동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체육이 없고 음악 미술 체육을 함께하는 ‘즐거운 생활’만 있다. 6학년까지는 주당 3시간의 체육시간이 있지만 학교장이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주 없어지고 있는 게 현실. 예체능의 활성화를 위해 생긴 ‘방과 후 학교’의 경우에도 컴퓨터나 영어회화 등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윤영효(37·경기 화성시 정남초교) 교사의 말.

중학교 1, 2학년 때 3시간이던 체육은 3학년 때 2시간으로 줄고 고등학교 2, 3학년 때는 아예 선택과목이 된다. 학생들은 대부분 체육을 포기하고 영어나 수학 등 입시 교과를 선택한다.

○ 소아 - 청소년 비만 매년 증가

운동 부족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 지난해 대한비만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크게 증가했다. 남자는 1984년 9%이던 것이 2002년에 17.9%로 수직상승했고 여자는 7%에서 10.9%로 증가했다. 유근 군도 체육 수업을 받기 전에는 체지방률이 표준인 15%의 배가 넘는 34.4%를 기록했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져 당뇨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고려대 류태호(스포츠교육학) 교수는 “체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학교 체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1992년 초중고교에 매일 운동하는 ‘트림 앤 핏(Trim & Fit) 프로그램’을 강제로 실시해 14년 만에 비만율을 14%에서 9.3%로 감소시켰다. 미국을 포함해 독일 영국 등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학교 체육을 활성화했다.

우리나라도 교육인적자원부가 ‘맞춤형 건강체력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등 초중고교생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7330(1주일에 3일은 30분씩 운동하자)’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하는 등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과 투자가 필요한 게 한국 학교체육의 현실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