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페이튼과 모닝의 집념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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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게리 페이튼(38)을 만났다.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는 페이튼은 올스타에 9차례 뽑혔고 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최고 가드.

당시 만남의 자리에는 한국프로농구(KBL)의 김승현(오리온스)이 동석했다.

화려한 경력의 페이튼이었지만 자신보다 12세나 어린 김승현이 KBL에서 벌써 우승반지를 끼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부러움을 표시했다. 1990년 NBA에 데뷔한 뒤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내 인생의 목표는 이제 우승밖에 없다”고 비장하게 말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페이튼은 정상을 향한 일념만으로 연봉이 10분의 1까지 깎이는 수모를 감수하면서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다 올 시즌 마이애미에서 마침내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20일 현재 마이애미가 댈러스와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3승 2패로 앞서고 있는 것.

마이애미에서는 페이튼과 함께 센터 알론조 모닝도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다. 1992년 NBA에 뛰어들어 올스타에 7차례나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정작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신장 수술을 두 차례나 받고도 코트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마이애미에서 최고령 1, 2위인 페이튼과 모닝은 후배들을 이끌며 위기 때마다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페이튼과 모닝은 그나마 행운아다. NBA에서 찰스 바클리, 존 스탁턴 등은 50대 스타에 뽑힌 거물들이지만 끝내 우승을 못한 채 코트를 떠나야 했다.

한국에서는 현주엽(LG)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의 포워드로 불리는 현주엽은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6시즌을 뛰는 동안 플레이오프에도 단 한 번 올랐을 뿐이다.

챔피언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혼자만 잘한다고 우승컵을 안을 수는 없다. 코트의 황혼기를 맞은 페이튼과 모닝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값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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