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호 교수의 미디어 월드]선거철 미디어의 영향력

  • 입력 2006년 5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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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언론 보도에 민감하다. 선거철이 되면 특히 그렇다. 언론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투표행위에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이런 믿음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 ‘폭스뉴스’가 지난 두 차례의 미국 대통령선거에 끼친 영향에 관한 연구다. ‘폭스뉴스’는 미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전문 채널이면서도 정치적으로 매우 심한 보수 편향을 보이는 정파적 매체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담당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들은 ‘폭스뉴스’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논문 제목이기도 한 소위 ‘폭스뉴스 효과’가 실제로 있었음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진이 1년 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1년 전 논문에서 이들은 “유권자들은 미디어의 편향성을 걸러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현명하기 때문에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년이 지나 이들이 말했던 현명한 유권자들이 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유는 표본의 확대와 가중치 부여 방식의 변경 등 연구 방법의 변화였다. 분석 틀이 바뀌면서 ‘폭스뉴스’로 인해 마음을 바꿔 공화당에 투표하게 된 사람들의 비율이 작년 연구에서는 최고 2.1%였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8%로 늘어난 것이다.

일견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런 결과는 미디어 이용과 투표행위 사이의 불분명한 인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그것이 2%든 8%든 투표행위에 대한 미디어의 효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 사실이다. 마음을 바꿔 투표하는 사람의 비율 변화가 상호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감안하면 특정 후보에게 미치는 순효과는 더욱 작아진다.

사람들의 마음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 이전에 어쩌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눈물도 보이며 반짝 미디어 이미지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후보들을 보면 상식을 넘어선 그들의 허황된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진다.

안민호 교수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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