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뜨거운 이름 ‘삼성’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코멘트
삼성그룹이 외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운영하겠다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삼성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골머리를 앓다니? 각계 저명인사 10명 안팎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삼지모 구성과 운영 계획에 대해 곧 발표할 예정인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습니다.

본보는 모임 참여를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는 ‘반(反)삼성 성향’의 시민단체, 학계, 정계 인사 50여 명에게 일일이 전화로 참여 의사를 알아봤습니다. 대다수는 삼성의 제의를 거절했고 유보적 입장을 보인 일부 인사도 부정적 뉘앙스가 강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삼성이 운영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배신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인사는 이렇게까지 말하더군요. “삼성에 비판적 인사라면 삼지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한다면 그동안 딴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삼지모에 참여한다는 10명은 누구일까요. 알려지기로는 딱히 ‘반삼성’으로 분류하기 힘든 인사들이라고 합니다.

참여한다는 인사들도 이름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 고문인 C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누가 그런 말을 퍼뜨리느냐”며 흥분했습니다. 이름 공개에 대한 부담감이 아주 컸던 모양입니다. 일각에서는 자문단이 구성되더라도 당초 취지대로 운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모임을 안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반삼성 성향이 무슨 대단한 ‘훈장’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삼지모 아이디어는 이학수(부회장) 전략기획실장이 냈다고 합니다. 이 실장이 직접 저명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삼성 내에서는 삼지모 아이디어가 너무 이상론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어쨌든 이 실장이 직접 지휘하는 작업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은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더군요.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