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제 꼬리 삼키는 악어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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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요즘 주위에서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은데 언제 바꾸면 좋은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대답하기 난감합니다. 보조금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보조금제도가 지난달 27일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동통신 3사는 그동안 경쟁하듯 보조금을 늘렸습니다. 이달 13일 KTF가 보조금 인상의 첫 테이프를 끊자 바로 다음 날인 14일 LG텔레콤, 21일에는 SK텔레콤도 보조금을 올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한 달 전에 고지하지 않고 바로 보조금을 인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25일에는 KTF와 LG텔레콤이 보조금을 다시 올렸습니다. 대학 입학 원서접수 때 막판 눈치작전 같았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한결같이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보조금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습니다.

A사의 한 임원은 “이대로 가다간 마케팅 비용 때문에 자금 압박을 받아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3사가 한 달 동안 지급한 보조금, 즉 마케팅 비용은 900여억 원에 이릅니다. 보조금 시장은 애당초 ‘파이’를 키우기는 어렵고 대신 기존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구조였습니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보통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습니다만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서둘러 보조금을 받은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고, 굳이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자까지 경쟁하듯 치솟는 보조금 유혹에 과소비 충동이 듭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눈치 경쟁’을 통해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엇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 이동통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하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존전략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지금 새 휴대전화를 구입해도 되는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여전히 궁금합니다. 너무 오래 지켜보다가 ‘널뛰는’ 보조금이 행여 줄어들까도 걱정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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