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설도윤]대구 뮤지컬 페스티벌의 성공을 보며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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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 배경은 단순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부분의 축제가 그러하듯 민간이 축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축제가 자치단체장의 기호에 따라 결정되는 데 반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민간이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뒤에서 꾸준히 지원하기만 했다.

최근 한국 영화 산업의 성공은 영화인들이 노력한 결과다. 다만 영화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의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영화 산업에 진출한 것도 큰 요인이다. 특히 대기업이 투자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전국에 들어서면서 한국 영화 시장은 극대화됐고, 이는 한국 영화가 경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성황리에 진행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자자체들이 지역 문화시장 육성의 중요성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예다. 대구는 최근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는 뮤지컬 시장을 대구의 역점 문화사업으로 삼았다.

사실 영국의 카디프 뮤지컬 축제, 프랑스 아비뇽 축제, 호주 애들레이드 프린지 축제 등 세계적인 공연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도 지방 소도시들이다. 훌륭한 페스티벌은 작은 소도시를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로 만들 만큼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세계적인 페스티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예술인들이 마음껏 예술의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축제는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배경으로 타 지역민들에게는 시간과 공간의 특이성을, 같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선물하는 장이다.

그리고 이제는 예술을 자본의 논리로 보아야 한다. 공연 제작 시 총제작비 대비 인건비는 60%를 훌쩍 넘는다. 최근 대형 공연은 한 극장에 상주 인력이 무려 200명에 이르고, 그 이외 무대 음향 조명 의상 분장 특수효과 등의 제작 관련 회사를 포함하면 그 수는 800명에서 900명은 족히 된다. 그만큼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든다. 과학 또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더욱 자본을 필요로 하며 투자가 돼야 훌륭한 종합 예술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공연 제작자들은 초기에 서울의 공연 제작사들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 그렇게 노하우를 쌓고 이후 자체 제작 공연물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화는 지역민에게 풍성한 문화적 세례를 주지만 영화관이 많이 들어서는 것만으로 지역의 경제 효과가 커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역 공연이 활성화되면 경제 효과가 커진다. 서울의 공연 제작사가 지역 공연을 하면 배우 스태프 오케스트라 단원은 그 지역 호텔에서 숙식을 하고, 일부 인력은 그 지역에서 뽑아 활용한다.

공연 문화가 성장하면 지방대의 문화 예술 관련 학과가 학생 모집 고민을 덜 수도 있다. 문화예술산업단지 등을 만들어 서울의 유수한 제작사나 프로덕션을 유치하면 해당 지역 학생을 뽑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공연 예술 장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국립단체가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광주에 국립 창극단, 대구에 국립 오페라단, 부산에 국립 현대무용단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문화는 다양성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페스티벌을 자치단체와 정부가 지원 육성하고 민간 주도로 정착시킨다면 지역문화 활성화의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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