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키티맘']<下>“시어머니라니요? 시엄마예요”

입력 2006-01-19 03:22수정 2009-10-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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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29·대구 동구) 씨는 일주일에 3번은 일찍 퇴근한다. 그는 석 달 전부터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스포츠댄스를 배우는 중이다. 손과 허리를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자이브’를 추는 그의 춤 파트너는 시어머니.

김 씨는 “춤 파트너가 필요하니 함께 배우자”는 시어머니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집에서 스포츠센터까지 함께 걸어가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강습이 끝난 뒤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시어머니와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키티맘 세대는 ‘고부갈등’ ‘부부갈등’ ‘상사와의 갈등’을 싫어한다. 그들은 소모적인 인간관계 마찰을 줄이고 ‘실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시댁은 내 몫’=결혼 3년째인 민모(30) 씨는 1년 전 시부모에게 “자신의 집 근처로 이사 오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남편이 외아들이어서 시부모를 평생 함께해야 될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 씨는 이제 일주일에 한두 번 걸어서 5분 거리인 시댁을 찾는다. 그는 “가까이 살다 보니 시부모와 마음의 거리도 좁아졌다”면서 “주중에 시부모를 뵙고 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친정에 갈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결혼 2년 차인 김선정(28) 씨는 “시부모가 틀린 말을 하더라도 ‘맞아요’라고 말하고 시부모가 새로운 일을 이야기하면 ‘아, 그렇죠’라고 마치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맞장구친다”며 “남편에게는 짜증을 내더라도 시부모에게는 말대꾸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라고 말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姜x中) 소장은 “많은 젊은 부부들이 육아와 경제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시댁에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혜를 발휘하는 실용적인 세대”라고 말했다.

▽‘부부싸움은 이제 그만’=지난해 결혼한 이모(28·교사) 씨는 주말마다 시댁에 오라는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과 자주 다퉜다. 그는 고민 끝에 2주에 한 번씩 시댁에 가기로 했다. 그 대신 남편과 ‘시댁-친정 동등 협약’을 맺었다.

이 씨는 시댁에 가는 횟수만큼 친정에 가고 생신과 명절 때에도 시부모와 친정 부모에게 똑같은 선물을 한다. 이 씨는 “마음고생을 하느니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선영(28) 씨는 결혼 전 남편은 게임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자신은 불륜을 다루는 드라마를 보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는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조금씩 양보하면 다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나무부부상담소 이선희(李仙姬) 소장은 “요즘 젊은 부부들은 결혼 전 가사 분담 계획을 세우고 결혼 후에는 절충하고 타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과거에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친구도 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키티맘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지며 정보도 챙긴다.

정당에서 근무하는 서지영(31) 씨는 “예전에는 상사가 어려워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 많았다는데 요즘은 안 좋은 일 있으면 상사와 같이 술을 마시고 풀어버리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노선미(30) 씨는 “키티맘은 대학 시절 밤에는 선배와 막걸리를 마시고 낮에는 후배와 놀이공원 갔던 경계인이라 위아래 사람 모두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키티맘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친구나 회사 동료들을 만난다.

주성란(32) 씨는 “메신저, 채팅 등으로 인간관계가 많이 넓어졌고 동네의 친한 아줌마들끼리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등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 키티맘 아닌 엄마들은…

고졸 학력의 주부 박영주(가명·34) 씨는 1년 반 전 경기 성남시에서 옷가게를 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만으론 생활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하고 2주일에 고작 하루를 쉰다. 그가 번 돈은 모두 자녀 교육비로 쓰인다.

박 씨는 “자녀를 고급학원에 보내거나 유명 브랜드를 고집하는 ‘키티맘’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 3년 차인 전문대 출신 주부 김현미(가명·28·서울 양천구 신월동) 씨는 두 달 전부터 경기도 내 어린이집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남편의 빠듯한 월급으로 아이를 교육하기도 쉽지 않아 직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5∼34세 주부가 모두 키티맘이 될 수는 없다. 자녀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충족시켜 줄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고달픈 이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한국의 웨이트리스맘’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선 생활고 걱정 없이 축구장까지 따라다니며 자녀 뒷바라지에만 신경 쓰는 주부를 ‘사커맘’,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식당에서 일하는 주부를 ‘웨이트리스맘’이라 부른다.

최근 급증하는 이혼으로 전체 가구주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비율은 2004년 기준으로 56.6%에 불과해 한국의 웨이트리스맘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 장덕진(張德鎭·사회학) 교수는 “키티맘의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 배경은 자녀들에게 그대로 이식(移植)되고 있다”면서 “이는 계층 간 격차가 과거처럼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교육적 문화적으로도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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