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번은 다쳤을 겁니다. 오른 손은 축구화에 밟혀 찢어져 수술까지 했습니다. 손톱은 젖혀지고, 인대는 늘어나고, 뼈마디는 퉁퉁 붓고 했습니다. 손마디는 울퉁불퉁한 게 편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올해 36세인 김병지(포항 스틸러스)는 프로축구 현역 최고령 골키퍼다. 그는 연말 2005 K리그 베스트 11 골키퍼 부문에 선정됐다. ‘베스트 11’의 발 모양을 찍어 기념하는 풋 프린트 행사에서 그는 “나는 손을 찍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망설였다. 하지만 발을 사용하는 축구의 상징성 때문에 그도 결국은 오른발을 찍었다.
그는 지난 시즌 36경기 31실점(경기당 0.86)을 기록했다. 2년 연속 포항의 전 경기, 전 시간 출전. 2년간 포항의 모든 경기에 나가 단 1분도 쉬지 않은 것이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이운재에게 밀렸다. 충격은 컸다.
“모든 감독에게 인정받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게는 큰 시련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체력관리에 신경 쓰며 노장선수의 노련함을 더해가고 있다. 그는 현재 프로축구 387경기에 출전했는데 목표는 500경기 출전이다. 이를 위해 3, 4년 정도 더 선수생활을 할 것을 바라고 있다. 역대 최고령 골키퍼 기록은 귀화한 외국인 신의손이 갖고 있는 44세.
그는 상처 많은 손을 볼 때마다 지나온 일들이 생각난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시련이 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손이 상처를 많이 입은 대신 뼈마디가 더 굵어지고 커졌다고 했다. 많은 것을 막아내고 이루어낸 손은 상처로 더욱 강해졌다. 그가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무엇을 이루어내든 그의 손은 그와 함께할 것이다.
새해에는 상처 입었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강해지기를….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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