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교수의 TV워치]지상파 3사의 ‘청계천 복원식’ 외면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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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무엇을 먹고 자랐나? 한마디로 ‘선거’와 ‘전쟁’,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다. ‘멀리 볼 수 있게 해주는 기계장치’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언제나 큰 사건이었다. 초기 소형 녹음기의 등장은 총성과 포화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해서 안방을 전쟁터로 바꿨다. 라디오와 TV의 선거 개표 중계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텔레비전이 올림픽을 처음 생중계한 것은 1964년 도쿄에서였고 본격적인 TV 올림픽은 1972년 뮌헨이었다. TV 덕분에 이윤이 남기 시작한 비즈니스 스포츠의 첫 모델인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올림픽 개최권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쟁탈전이 촉발됐다. 텔레비전은 이처럼 인류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가 되게 했다.

1일 서울 청계천이 마침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시작하여 성동구 신답철교에 이르는 5.8km의 청계천에는 그날 오전 10시부터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도심의 명소로 새롭게 탄생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TV 3사는 ‘청계천 복원, 다시 찾은 생명물길 15리’를 애써 외면했다.

1937년 일제에 의해 광통교 일대가 부분 복개된 지 68년 만이고, 1958년 전면 복개된 후 47년 만이다. ‘새물맞이’ 당일 60만 명이 넘는 시민이 현장을 다녀갔고 그 다음 날까지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청계천을 찾았다. 심지어 어떤 외국인은 현대판 ‘기적’이 서울을 바꿔 놓았다고 칭송했지만 TV 3사는 청계천 복원을 철저히 묵살했다.

1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기념식을 공영방송인 KBS, MBC와 SBS가 중계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대통령도 참석해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미래를 바꿔 나가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내외빈 4000명이 참석한 대형 행사일 뿐 아니라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등 남북한 10곳에서 채수한 전국 팔도 물을 청계천에 쏟아 붓는 합수식, 조수미와 김건모 등이 출연한 축하공연, 불꽃놀이, 궁중의상 패션쇼, 하이서울 마라톤 등 ‘TV적’ 내용도 풍성한 사건을 지상파 TV는 어느 것 하나도 중계하지 않았다. 이 시간 KBS1은 ‘국군의 날 특집 2005 국군 가요제’, KBS2는 ‘쇼 파워비디오’ ‘스펀지’, MBC는 ‘행복주식회사’ ‘토요일’을 한가하게 방송했다.

TV 3사의 이런 한심한 작태에 뜻있는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방송이 국민의 볼 권리를 무시한 것은 아닐까. 텔레비전이 국민을 눈멀게 하고 있다.

김우룡 교수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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